1. 월드컵 결승전에는 항상 등장했던 빅4인,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가 없는 최초의 결승전이라 사실 누가 이겨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던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준우승만 해본 네덜란드와 의외로 단 한번도 결승에 오른적이 없었던 스페인의 대결. 개인적으로는 조금이나마 스페인을 응원했었는데, 결국 스페인이 우승컵을 들게 되었다.
2. 델 보스케 감독은 부진한 토레스 대신 비야를 원톱으로, 그리고 페드로를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시킨 동시에 사비와 이니에스타의 두터운 중원과 뒤를 바치는 알론소 라인으로 네덜란드에 맞섰다. 개인적으로 아스날의 캡틴이 월드컵 내내 벤치에 있어야 하는 점은 몹시 아쉬운 일이지만, 그것이 이니에스타와 사비가 건재한 스페인 같은 팀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3. 초반 스페인의 공격은 업사이드 트랙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다비드 비야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거의 업사이드에 걸리기는 했지만 네덜란드로서는 단 한번만 실수해도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 조심스러울 수 밖에는 없었다.
4. 결승전에서도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는 계속되었다. 사비, 이니에스타, 알론소가 버티는 중원은 작은 공간에서도 짧은 패스로 볼을 빼기지 않고 연결시키며 점유율을 이어갔으며, 몇 번의 킬패스로 네덜란드의 수비진을 서늘하게 했다. 네덜란드는 확실히 이에 비해 선수비 후 역습을 노리는 분위기였다. 스페인의 공격을 하다가 끊겼을 때 단번에 로벤의 돌파나 반 페르시에게 이어지는 루트를 노렸으며, 몇번 찬스를 얻기도 했다.
6. 네덜란드는 로벤의 환상적인 돌파로 몇번의 결정적인 1:1 찬스를 맞았지만, 카시야스의 선방으로 인해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이번 대회 단 2골 밖에는 실점하지 않은 카시야스는 이 날도 네덜란드의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막아내며 세계 최고의 수문장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7. 전반을 0:0으로 마치고 후반도 종료가 가까워졌을 때, 개인적으로는 파브레가스와 토레스가 교체로 꼭 출전하기를 바랬었고, 후반 40분 결국 파브레가스가 사비 알론소와 교체되어 출전했다. 이 때 세스크를 응원하는 심정에서는 마치 지난 EPL의 경기에서처럼 다시 한번 '파브레관우'의 모습을 보여주며 극적인 주인공이 되길 바랬었으나 (그리고 연장전엔 실제로 단독 찬스를 얻기도 했으나) 거기까지는 허락되지 않았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본인 스스로도 어느 정도 이해는 했겠지만, '그래도 아스날의 캡틴인데!' 라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국의 첫 번째 우승이 될지도 모를 이번 월드컵에서 벤치만 지키고 싶지는 않았을 세스크는, 늦은 시간이지만 경기장에 나설 수 있었고 우승의 기쁨을 그라운드에서 함께 할 수 있었다.
8. 연장 후반 비야와 교체되어 들어온 페르난도 토레스는 확실히 폼이 좋지 않아보였다. 부상 복귀 이후 좀처럼 폼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이 날 연장 후반 출전은 오히려 부상 재발로 이어질 위험을 주는 바람에 토레스에게는 좋지 않은 장면이 되었다.
10. 이니에스타는 이날도 MOM으로 선정되었지만, 이번 월드컵 경기 내내 스페인의 에이스나 다름 없었다.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의 핵심 선수였으며, 왜 파브레가스가 벤치에 있어야만 했는지를 보여준 활약이었다.
12. 이렇게 남아공 월드컵은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고로 개인적으로 시차적응에 힘들었던 한 달 간의 시간도 막을 내렸다. 여튼 축구 때문에 즐거운 한달이었다.
보너스는 말보다 행동으로 말하는 카시야스의 우승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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