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We Bought a Zoo, 2011)

이유라는 것의 무의미도 필요해



'제리 맥과이어 (1996)' '올모스트 페이모스 (2000)' '엘리자베스타운' 등을 연출했던 카메론 크로우의 신작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We Bought a Zoo, 2011)'를 보았다. 제목과 포스터 (주인공들이 모두 등장한 버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 보아도, 이 작품은 매우 '착한영화'일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특별한 악당도 없고, 주인공들이나 주변 인물들도 모두 선한 분위기가 가득 찬 이들이고 이들이 겪게 되는 과정들도 결국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참 착한 영화말이다. 각종 범죄와 폭력, 스릴러가 난무하는 영화들을 연달아 보게 되면 가끔씩은 아무 이유없이 그냥 착한 영화들에 대한 갈증이 절로 생기게 마련인데, 그래서 극장을 찾으면서 기대했던 것은 이런 착한 영화가 줄 수 있는 흐뭇함과 안식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카메론 크로우의 신작은, 단순히 착한 것 외에도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더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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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아내를 잃고 아들과 어린 딸과 함께 남겨진 한 가장이 새로 살 집을 찾던 중, 우연한 기회에 동물원을 운영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작지만 큰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가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서 중 하나는 바로 이 남겨진 자들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내이자 엄마를 잃은 한 가정이 이 빈자리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주요 테마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면에서 최근 보았던 존 카메론 미첼의 '래빗 홀 (Rabbit Hole, 2010)'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다. 두 작품 모두 단순히 누군가의 '부재'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존재의 상실에서 오는 남겨진 자들의 치유의 과정과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방법면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래빗 홀'에 방법론은 이 작품의 리뷰에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의 방법론을 이야기하자면, 정반대의 길로 달려본 뒤에야 해결 방법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결국 정반대라고 생각했던 길마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이겨내는 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영화는 이 가족의 치유 과정 속에 어쩌면 착한 영화다운 메시지를 살며시 포개어 놓는다.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모험에도 적극적이고 복잡할 것이 없었던 주인공 벤자민(맷 데이먼)이 실제로 자신이 진짜로 겪게 된 모험에서는 여러가지 이유와 사정들을 들어 쉽게 전진하지 못하는 과정을 그리는 동시에, 역시 상처와 트라우마 때문에 한 걸음 더 다가가지 못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영화는 'Why Not?'이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여기에 작은 도구로 용기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리고 그 작은 용기, 20초만 눈 딱감고 저질러 버리면 되는 그 작은 용기가 만들어낼 수 있는 커다란 가능성의 세계를 보여준다. 혹자는 이 과정을 100% 수긍하기에는 너무 헛점이 많은 것 같다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Why Not?'을 설명하기 위해 논리적 무장을 철저히 하는 것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과 동물을 배경으로 그 안에 인간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눈빛과 표정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은 적어도 나에겐 충분했다. 맷 데이먼이 좋은 배우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지만, 아버지 역할로서도 이 정도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컨테이전'에서 보여준 가능성이 이 작품에서 좀 더 꽃을 피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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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보통 같았으면 당연히 끝났어야 할 지점을 지나 영화는 에필로그처럼 작은 이야기 한 토막을 꺼내 스스로 마무리한다.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Why Not?'에 대해 정리할 부분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 장면은 너무 직접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드는데, 그래도 이 장면은 너무 좋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떤 영화든 정말 멋진 장면을 한 장면씩은 갖게 마련인데, 이 작품에는 아마도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장면이 있어서 이 영화가 앞으로도 더욱 기억에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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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론 크로우의 팬이라면 그의 영화를 볼 때 좀 더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영화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음악에 대해서는 잔뼈가 굵은 그 답게 이번에는 '시규어 로스 (Sigur Rós)'의 메인 보컬로 더 잘 알려진 '욘시 (Jónsi)'의 음악을 선택했다. 기존 욘시의 솔로 데뷔 앨범 'Go'에서 전혀졌던 신비스러운 행복함이 이 작품에도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는데, 자연과 동물원이라는 배경 그리고 치유라는 메시지에 있어서 욘시의 음악처럼 잘 어울리는 조합도 없지 않나 생각된다. 그 밖에도 카메론 크로우가 평소에 좋아하는 밥 딜런, 윌코 등의 음악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메론 크로우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믿고 사도 좋다.


누군가는 이 영화에 대해 너무 쉽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무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냥 '안될 이유가 있나?'라는 무모함으로 너무 쉽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물론 그렇지만 가끔은 하나하나 이유를 들어 설명하지 않고 그냥 '안될 이유가 있나?'라는 무모함 섞인 희망과 긍정이 담긴 영화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허무맹랑이라 하기에 이 영화가 담아낸 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적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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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영화는 'Why Not?'이라는 것과 더불어 극중 벤자민처럼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몇년 간 적지 않게 고민하고 있는 '귀농'이라는 것과 맞물려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계산하고 이유를 찾다보니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 같은데, 정말로 '안될 이유가 있나?'라는 심정으로 실행해야만 가능한 걸까요? ;;

2. 주인공이 키우는 강아지가 나오는데 이렇게 비중이 없는 영화는 거의 없을 듯. 아마도 배경이 동물원이다보니 강아지는 그야말로 찬밥인듯 ㅎ

3. 엘르 패닝은 '수퍼 8'에서는 쌀쌀맞게 나오더니 여기서는 정반대라 좀 적응이 안되기도 ㅎ 아직까지는 괜찮은 성장중인듯.

4. 영화 속 동물원 개장날의 이야기는 실제 현실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판타지에 가까워서인지, 더욱 그 이후 영화가 보여준 결말이 꼭 필요했다고 생각되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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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ongsoo623.tistory.com BlogIcon +자작나무+ 2012.02.05 15:37 신고

    이 영화 한번 보고 싶네요

    편한 주말 보내세요




올모스트 페이머스 (Almost Famous, 2000)
카메론 크로우의 완벽한 자전적 영화

<제리 맥과이어>로 유명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2000년작 <올모스트 페이머스 (Almost Famous)>는 개인적으로 카메론 크로우에게 조금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의 최고 작품이 될 영화다. 사실 이 유명한 작품을 이제서야 제대로 보았다는 것이 (난 왜 이리도 이전에 스치듯 본 영화들이 많았던 것일까) 이상할 정도인데, 그의 다른 작품들은 <제리 맥과이어>는 물론 2005년작 <엘리자베스타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을 즐겼으나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오랫동안 신작에 대한 소식이 없구나), 가장 그 다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왜인지, 이제서야 꺼내 들게 되었다.




앞서 이 작품을 카메론 크로우의 전무후무한 최고 작품이라고 한 까닭은, 잘 알다시피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여러모로 감독 본인의 자전적 영화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욱 깊어지는 작품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자전적인 이야기라 그가 살아온 시간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정도의 현실성 때문만이 아니라, 겪어온 시간들을 스스로 어떻게 그리고 있는 지에 관한 방법 때문에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도 감독 이전의 크로우의 경력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보고 나면 그의 어린 시절부터 주요 경력이라 할 수 있는 음악 잡지 '롤링 스톤'지에 기고하기까지의 일들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영화 속 '윌리엄 밀러'처럼 어린 시절 월반을 통해 또래들 보다 먼저 고등학교에 들어갔으며, 1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지역 음악지에 관련 글을 기고하기에 이른다.




패트릭 후짓이 연기한 '윌리엄 밀러'는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카메론 크로우 그 자신이다. 영화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음악 평론가 '레스터 뱅스'는 실존 인물이며, 극 중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밴드 '
스틸워터(Stillwater)'는 그가 당시 겪었던 수 많은 밴드들과 뮤지션들을 섞어 놓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물론 '스틸워터' 외에 언급되거나 등장하는 뮤지션들은 '블랙 사바스', '밥 딜런', '데이빗 보위', '믹 재거' 등과 같이 모두 실존하는 뮤지션들이다. 사실 극중 윌리엄 밀러라는 이름 대신 '카메론 크로우'로, '스틸워터' 대신 그가 당시 가장 좋아했던 어느 한 밴드를 등장시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듯 한데, 굳이 새로운 캐릭터인 '윌리엄 밀러'와 '스틸워터'를 등장시킨 것은 속보여서도 아니고 밴드 명에 관한 저작권 때문도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카메론 크로우의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시의 카메론 크로우는 몰랐던 것을 '윌리엄 밀러'는 알고 있고, 당시 그가 따라다녔던 밴드들은 미처 말해주지 못했던 것을 '스틸워터'는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직접 겪은 이가 들려주는 매우 실랄한 뮤직 비지니스의 어두운 면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고, 뮤지션과 팬의 관계에 관한 복잡미묘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으며, 더 나아가 당시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의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에는 실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뮤직 비지니스와 뮤지션들의 허상에 가까운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매니저가 안을 숨긴 두 주먹을 보여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쪽을 택하지만 결국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이런 허상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카메론 크로우는 자신이 스스로 가까이서 겪은 뮤직 비지니스와 신격화 된 밴드들의 실체를 보여주려 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던 것처럼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런 고발이나 현실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뮤지션과 팬이 관계에 대한 묘사는 어떨까. 사실 당시의 문화를 조금만 관심있게 들춰본다면 '밴드 에이드' 페니 레인과 같은 인물이라던가 밴드의 투어에 항상 함께하는 팬 문화에 대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화는 표면적으로 팬에게 진정한 팬으로서의 미덕은 무엇일까? 그리고 밴드에게 역시 자신의 팬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메시지를 주려 하는 부분도 있지만, 더 넓게 보면 영화가 이 모든 이야기를 그리는 방식으로 진정한 팬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 그러면 길었던 서두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카메론 크로우가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통해 이야기하려던 것은 진정 무엇이었는지 말해보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크로우가 겪었던 이 실화는 매우 가혹한 이야기로 그려낼 수도 있었고, 더 극적으로 그려낼 수도 있었던 소스였다. 한편으론 중간의 모호한 지점을 택한 듯도 보이지만,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는 정서라면 바로 '긍정'과 '따듯함', 즉 '애증'도 아닌 그냥 순수한 '애정'을 들 수 있겠다.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몇몇 장면들은 말도 안되게 판타지적이고 긍정적인 장면들이 여럿 있다. 버스 안에서 집으로 가고 싶다는 윌리엄에게 '여기가 바로 집이야'라고 이야기하는 페니 레인의 한 마디나, 보통의 영화 같으면 위기의 상황에 갈등이 봉합되는 것과는 달리 반대로 위기의 순간에 터져나온 갈등이 너무 쉽게 눈녹듯 녹아내리는 것도 러셀과 윌리엄의 재회 장면도 역시 한편으론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윌리엄의 어머니를 그리는 방식은 또 어떠한가. 여기에는 프란시스 맥도먼드라는 훌륭한 여배우의 공도 무시할 수 없는데, 윌리엄의 어머니는 단순히 아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하려는 고집스럽고 보수적인 인물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 와중에도 항상 모든 것을 다 이해하는 듯한 미소와 실제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한 말과 행동들로, 성장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고지식하지만 결국엔 자녀를 이해하는' 부모 캐릭터는 보여줄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캐릭터로 볼 수 있겠다.




이렇게 모든 배경에는 긍정과 따듯함을 기초로 하고 있는 카메론 크로우의 방식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 작품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만들어낸 이야기나 다른 사람이 겪은 이야기를 그릴 때와는 다르게, 이미 감독 스스로가 한번 겪었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장했기 때문에 (성장한 것을 본인이 알고 있기 때문에) 한 걸음 더 여유있고 이해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즉 불편한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양쪽 어느 쪽으로도 날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또 영화가 그리는 팬 문화와도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카메론 크로우는 음악과 뮤지션을 비평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이였지만 (영화 속 스틸워터의 표현대로 '우리의 적'), 이런 비판은 모두 그들의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비판을 하더라도 그 애정을 넘어서는 수준의 것은 의미 없음을 (설사 당시에는 날을 세웠다 하더라도 성장한 카메론 크로우는 윌리엄을 통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어쩌면 바보 같아 보이기까지 하는 카메론 크로우의 따듯한 이해는 극중 윌리엄이 밴드의 프론트맨인 '러셀'을 비롯해 인터뷰마다 묻는 '음악의 어떤 면을 사랑하나요?'라는 질문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바보 같아 보이고 추상적이기만 한 듯한 질문을 카메론 크로우는 영화적 기교를 통해, 맨마지막에 가서는 '아, 그래. 바보 같지만 결국 본질은 이거잖아'라고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뭘랄까, 카메론 크로우는 자신이 만들어낸 윌리엄 밀러와 스틸워터 (더 직접적으로는 러셀)를 통해, 과거에 자신은 하지 못했던 혹은 이제야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음악에 대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이 <올모스트 페이머스>가 카메론 크로우의 최고 작품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되겠다. 사실 여기에는 부러움 가득한 이유도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이렇게나 멋지게 만들어낸 크로우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감독을 꿈꾸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남기고픈 욕망이 있을텐데,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이런 면에서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완벽한 '자전적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1. 음악 평론가 출신의 카메론 크로우가 직접 선곡한 곡들 답게 영화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적절하고 아름답다. 사운드 트랙 한 장으로 한 시대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경험이다. 영화 없이 들어도 좋은 흔치 않은 선곡이다.

2. 카메론 크로우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120% 표현된 장면은 바로 엘튼 존의 'Tiny Dancer'를 함께 부르는 장면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로 (특히나 갑작스레,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노래하는 장면은 대부분이 감동적인데,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이 장면은 그 기막힌 가사와 페니 레인의 마법 같은 대사가 곁들여져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한다.



3. '촛불을 켜고 '토미'를 들어보렴, 네 미래를 볼 수 있을거야', 아.... 이런 대사는 음악 평론을 하던 카메론 크로우만이 쓸 수 있는 대사가 아니었나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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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oisepia.com BlogIcon noisy 2010.04.14 18:16

    음악도, 영화도 여운이 많이 남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다시 한 번 봐야지.. 하고 몇 년 째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 반드시, 꼭, 다시 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네요..



가족의 죽음과 새로운 인연, 그리고 로드무비.

<엘리자베스타운>은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최신작으로 큰 기대를 불러 모았던 작품이다. 아카데미를 수상한 <올모스트 훼이머스>는 물론이고, 그의 전작인 <클럽 싱글즈> <제리 맥과이어> <바닐라 스카이>등을 통해 평범하지 않은 드라마를 그려내는 연출력은 이미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인정받기도 했던 카메론 크로우였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아직까진 레골라스의 느낌이 다 지워지지 않은 ‘올랜도 블룸’과 스파이더맨의 연인에 이어 <이터널 선샤인>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커스틴 던스트’가 주연을 맡는 다는 소식은, 두 청춘 남녀주인공의 색다른 러브 스토리를 기대하게 하는 동시에, SF나 액션이 아닌 장르에서 올랜도 블룸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그려질까 하는 또 다른 궁금증도 유발시켰다.

이전의 카메론 크로우의 영화가 그랬듯이 이 영화 <엘리자베스타운>역시 평범한 로맨스 드라마는 아니다. 영화의 시작부분은 회사(사회)에서 크게 실패와 실연당한 주인공의 인생에 집중되며, 이 후에는 실패에 대한 파장이 다 사라지기도 전에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이라는 또 다른 사건을 통해, 주인공이 가족과 나, 나와 다른 사람들에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그 사건 사이에 만나게 되는 새로운 인연인 ‘클레어’를 통해 자살까지 생각했었던 주인공이 희망을 되찾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렇듯 대충만 훑어보아도 흔하지는 않은 스토리는 카메론 크로우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한 편으론 극장에서의 흥행성적과 평단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처럼, 카메론 크로우의 작품 치고는 조금 부족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이 <엘리자베스타운>이기도 하다.




유머와 감동을 모두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크로우의 말처럼, 이 영화에는 슬픔과 웃음의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하지만 슬픔의 요소는 조금은 중심을 잃은 이야기 구조 덕에 100%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유머러스한 부분도 모두가 공감할 만한(특히 미국 외에 국가에서 충분히 공감하기에는)정도의 것은 아니라 이것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올랜도 블룸과 커스틴 던스트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를 쉽게 놓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 앞에서 잠시 언급하였듯 올랜도 블룸이 본격적으로 드라마와 로맨스 장르에서 연기를 펼친 것은 이 영화에서 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전 작품들에서는 칼과 활을 쓰는 액션 때문에 레골라스의 이미지가 어쩔 수 없이 떠올랐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반지의 제왕>의 후광 없이도 충분히 홀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커스틴 던스트는 깜찍하면서도 신비롭고 무언가 슬픔을 숨긴 듯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으며, 제시카 비엘, 알렉 볼드윈 등의 조연 연기자들의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수잔 서랜든의 연기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 추모식 장에서 그녀의 마지막 연설과 탭댄스는 그 자체만으로는 훌륭했지만,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았을 때는 그 시퀀스가 의도만큼 감동적으로 전달되기엔 2% 부족했던 것 같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작품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하나에 요소, 장점을 꼽으라면 누구나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전작들에서는 그저 괜찮은 곡들을 한 두 곡 선곡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자신이 음악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터라 마니아들에게는 반가움을, 대중들에게는 좋은 곡들을 소개해주는 역할로서도 손색이 없는 최적화된 선곡을 보여줬었다. 이 작품 <엘리자베스타운>에서도 사운드 트랙은 절대적이다. 부인인 낸시 윌슨이 만든 곡들을 비롯하여, 엘튼 존, 라이언 아담스, 톰 패티 앤 하트브레이커스 등의 곡들이 요소요소 삽입되어 있다. 사운트트랙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점은 선곡된 곡들이 장면을 한층 부각시켜주는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특별할 것이 없는 장면을 좋은 곡들로 무마시켜버리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들만큼, 조금은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아마도 선곡의 문제라기보다는 앞에서 언급했던 스토리에 아쉬움이 이곳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영화를 끝까지 감상하면서 마지막 로드 무비 식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역시도 영화가 거의 끝나는 느낌을 주는 장례식 장면 다음이라 약간 쌩뚱 맞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영화를 통틀어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퀀스였다. 클레어가 만들어준 지도를 통해 음악과 더불어, 의미 있는 여러 곳들을 차례차례 여행하는 형식은, 차라리 영화를 애초부터 이런 스타일의 로드 무비로 끌어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DVD는 최근 출시된 작품답게 수준급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1.78: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화질은 인물들의 클로즈업의 많은 장면과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장면에서 빛을 발하며, 사운드 역시 여러 가지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소리들과 아름다운 사운드트랙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스페셜 피처로는 배우들의 오디션 장면과 리허설 장면을 만나볼 수 있는 'Training Weels'와 스탭들을 소개하는 'Meet the Crew', 영화 속 재미있는 소품 영상이었던 ‘아이들 달래기 비디오’를 포함한 두 가지의 확장판 영상을 수록하고 있다.





모두에게 권할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카메론 크로우의 팬이라면 쉽게 포기하기에는 아쉬운 작품임에도 분명하다. 자켓 이미지나 홍보 문구들로만 봐서는 단순히 두 남녀주인공의 러브 스토리를 담은 영화로 오인하기 쉬운데, 오히려 그것과는 다른 세계를, 크로우의 시점에서 관찰한 작품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다.

2006.04.10
글 / 아쉬타카

  1. Favicon of http://topsy.tistory.com BlogIcon 즈라더 2012.01.30 16:02

    오랜만에 DVD 리뷰네요. +_+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12.01.30 16:08 신고

      아, 이거 옛날에 2006년에 등록한 글을 잘못 발행눌렀더니 ^^;;

    • Favicon of http://topsy.tistory.com BlogIcon 즈라더 2012.01.30 16:46

      그러신 것 같더군요..^^;
      전 리뉴얼한 줄 알았네요..



꿈(Dream)과 현실(Real), 그 어느 것도 확실치 않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 손끝으로 느껴지는 것들조차 믿을 수 없는, 하지만 이 모두는 스스로 선택한 자각 몽(Lucid Dream)일 뿐.



거대 출판사를 거느리고 남부러울 것 없는 부와 자유를 향유하던 데이빗 에임스(톰 크루즈 분). 매시간을 즐기며 사는 그에게 진정한 사랑이나 신뢰를 먼 얘기일 뿐이다. 자주 만남을 갖는 여배우 줄리(카메론 디아즈 분) 역시 그에게는 단순한 잠자리 상대지만 줄리는 데이빗에 대한 집착을 드러낸다.
자기 집에서 생일파티를 열고 가까운 사람들을 초청한 날, 줄리는 초대도 받지 않은 채 나타나 데이빗의 시선을 잡아두려 한다. 그러나 데이빗은 친구 브라이언과 함께 나타난 소피(페넬로페 크루즈 분)라는 여자에게 한눈에 반해 버린다. 이제야 꿈에 그리던 여인을 만났다고 생각한 데이빗은 소피아에게 빠져들고,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줄리는 데이빗을 속여 차에 타게 한 뒤 전속력으로 차를 몰아 끔찍한 사고를 낸다. 한참 후에야 의식이 돌아온 데이빗, 그러나 그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는데...



[바닐라 스카이]는 다들 아는바와 같이 스페인의 젊은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1997년 작 [오픈 유어 아이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일단 비교에 앞서 원작인 [오픈 유어 아이즈]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알레한드로 감독의 뛰어난 이야기 구성과, 현실과 가상현실, 로맨스를 접목 시키며 복잡하면서도 몽환적인 SF 스릴러(?)로 관객들과 평론가들에게 모두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아메나바르 감독은 충격적인 데뷔작 [떼시스]에 이어 [오픈 유어 아이즈]마저 대성공을 거두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고, [하몽하몽]으로 영화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던 페넬로페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또 한번 묘한 매력을 맘껏 보여주었다. [바닐라 스카이]와 [오픈 유어 아이즈]를 비교함에 있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원작에서 여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페널로페가 리메이크 작에서도 그대로 여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헐리웃에서 재탄생하기까지는 톰 크루즈의 역할이 컸는데, 원작에 한껏 반했던(페널로페에게 반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톰 크루즈는 원작의 판권을 바로 사들였고, [제리 맥과이어]에서 이미 한 번 같이 작업을 하였던 카메론 크로우에게 감독을 맡겼다. 카메론 크로우 역시 [오픈 유어 아이즈]에 대해 몹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터라, 원작의 감독인 아메나바르의 조언을 얻어 영화를 완성하였다. 대부분의 리메이크 영화가 그러하듯 원작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는 평이 많은 듯 하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닐라 스카이]의 마지막 30분 가량의 내용 때문인데, [오픈 유어 아이즈]에서는 복잡하게 스토리를 교차하여 배열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혼란에 빠지게끔 하여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것에 비해, [바닐라 스카이]에서는 그런 관객을 의식했던 것인지, 너무도 친절하게 설명하려 들었다는 것이 그 대부분의 이유였다.

전혀 의문점에 대한 설명이 없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도 썩 좋은 편은 못되는 듯하지만, 리메이크 작을 은근히 기대했던 팬들은 너무나도 친절한 어투로(다분히 헐리웃 식으로)풀어내는 결말이 맘에 들지 않았었던 것 같다. 비록 원작에 비해 조금은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바닐라 스카이]는 분명 흥미롭고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생각에 원인으로는 배우들이 펼친 명연기와 극장을 나와 바로 시디샵으로 달려가 O.S.T를 집어 들게 했던 음악을 들 수 있겠다.



일단 뒷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연기만을 살펴보자. 전체적으로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 배우는 두 크루즈가 아닌 바로 카메론 디아즈이다. 카메론 디아즈는 이 영화에서 그리 길지 않은 러닝 타임에 출연하였지만 강렬하고도 인상적인 연기로 많은 관객들과 평단에 극찬을 받았다. 이전 까지 그저 모델 같은 외모로만 평가받던 그녀는(사실 이런 평가가 때늦은 평가가 된지는 제법 시간이 흐른 듯 하다), 이 영화에서 극중 데이빗 에임스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그저 섹스파트너 정도로만 여기는 데이빗에게 질투와 분노를 느끼는 줄리 지아니 역을 맡아, 캐릭터를 섬뜩하면서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바닐라 스카이]에서 ‘줄리 지아니‘라는 인물은 두 주연배우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인데, 카메론 디아즈가 연기함으로써 관객들이 그 배역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더 가깝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은 원작에 이어 다시 같은 인물을 연기한 페넬로페 크루즈.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톰 크루즈가 빠질 만도 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야말로 마드리드의 요정과도 같은 표정들을 다량 선사하며 자신의 섹시하고도 귀여운 매력을 마구 발산하고 있다. 사실 같은 역할을 다시 연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되는 요소였을 듯싶은데, 페넬로페는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잘 해낸 것 같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연기를 함에 있어 자신만의 고집이 센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고, 최근 촬영에 들어간 신작에서는 불어를 사용해야 하는 역할이라 또 열심히 연습중이라고 한다(제작진에서는 처음 더빙을 제안했지만, 그녀가 완강하게 거부하는 바람에 그냥 현장에서의 그녀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기로 했다고 한다). 조금은 어색한 스페인 식 영어발음으로 연기하는 페넬로페의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유창한 스페인어로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탐 크루즈. 그는 이제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헐리웃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야말로 거물이다(사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의 외모와 이러한 거물급 배경, 가장 헐리웃 적이라는 무의식 속에 이미지가, 그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가리고 있는 듯 하다. 또한 그는 그러한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꾸준히 변화를 꾀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역시 제작과 주연을 겸하고 있는데, 그 잘생긴 얼굴을 심하게 망가트린 것만으로 그에겐 어느 정도 도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매그놀리아]를 통해 관객은 물론 평론가들에게도 ‘톰 크루즈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던 그는, [바닐라 스카이]에서도 현실과 가상 현실 속에서 혼란과 방황을 겪는 데이빗 에임스 역을 잘 소화해내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제 배우들 간에 뒷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이 영화를 통해 톰 크루즈는 부인이었던 니콜 키드먼과 이혼하고 페넬로페를 새 연인으로 맞은 것은 이미 공공연한 과거가 되어버렸다. 또한 아이러니한 것은 니콜 키드먼은 톰 크루즈가 제작하고 [오픈 유어 아이즈]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감독한 [디 아더스]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오묘한 관계 설정을 이루게 되었다.

이들 세 배우 외에도 눈길을 끄는 한 배우는 바로 커트 러셀이다. 이전까지 우직하고 강력한 액션연기만 보여 주었던 그는, 이 영화에서 데이빗 에임스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정신과 의사 역할을 맡아 차분하고 안정된 연기로 나름대로의 연기 변신을 꾀하였다. 마지막 옥상 장면에서 ‘기술 지원’이 딸의 이름을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그 표정은 정말 압권이었다.



[바닐라 스카이]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 바로 O.S.T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은 영화감독 이전에 팝 칼럼니스트이기도 했던 카메론 크로우 감독을 들 수 있겠다. 이미 그는 전작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인 세계와 생각을 자전적으로 그려낸 적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그룹 하트 출신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낸시 윌슨이기도 하다(낸시 윌슨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음악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일단 위에 언급한 제목과도 같이 [바닐라 스카이]의 사운드트랙은 요목조목 옥석들만 골라낸 종합 선물세트라 부르면 될 것 같다. 음악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인생을 살았던 감독 카메론 크로우와 그의 아내 낸시 윌슨이 컨텍팅한 곡에서, 그의 말대로 락 음악에 대한 오마주를 엿볼 수 있다.

R.E.M, The Monkees, Bob Dylan, Peter Gabriel, Jeff Buckley, Todd Rundgren부터 Sigur Ros, The Chemical Brothers, Radiohead까지...그야말로 명곡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다. 이들 기존의 곡들 외에 폴 매카트니의 동명타이틀 신곡 ‘Vanilla Sky'가 담겨있고, 극중 차안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톰 크루즈에게 건낸 앨범에 수록된 ’I Fall Apart'도 눈길을 끈다. 극 중 이름인 'Julianna Gianni'로 이름을 올린, 이 곡에서는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에서와는 몰라보게 향상된 카메론 디아즈의 보컬을 들을 수 있다.
뛰어난 선곡 외에도 영화의 중간 중간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음악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데, 밤 늦은 클럽에서 화장실을 묻는 질문에 ‘저기 뷔욕(Bjork)닮은 여자 옆에’라고 얘기하는 것이라던가, L.E를 설명하던 중 나오는 화면에 역시 뷔욕의 뮤직비디오 ‘Big Time Sensuality'가 흐르는 것에서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바닐라 스카이]타이틀이 발매 된지는 꽤 되었으나, 최근 파라마운트 3차 할인 행사를 통해 좀 더 저렴해진 가격에 좋은 타이틀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타이틀은 2.35:1 의 애너모픽 영상과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사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음악의 비중이 다른 영화에 비해 큰 탓에 사운드에 더 관심을 쏟게 하는데, 크게 분리도를 느낄 만한 장면이 없는 관계로 5.1채널의 효과를 체험하기는 어렵다. 타이틀이 맘에 드는 이유는 영상과 음질의 스펙 보다는 서플먼트에 있다. 일단 감독인 카메론 크로우와 음악을 맡은 낸시 윌슨의 코멘터리 트랙을 첫 번째로 들 수 있겠다. 원작과 비교하여 카메론 크로우가 그려내려 했던 영화와 장면에 쓰인 음악에 대해 연출자에 입장에서 자세한 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로는 'Prelude to a Dream'과 ‘Hitting it Hard'가 있는데, 'Prelude to a Dream'에서는 영화의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배우들과 스텝들이 영화 전반을 촬영하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Hitting it Hard'에서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를 순회하며 시사회를 가졌던 여정을 담고 있는데, 파리, 런던, 마드리드, 중국, 호주, 일본, 그리고 한국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를 전전하며 영화를 홍보하는 두 주연배우와 감독의 모습을 즐기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사운드트랙에 신곡을 수록하였던 폴 매카트니의 인터뷰 영상과 'Afrika Shox'의 뮤직비디오, 예고편과 포토갤러리가 수록되어 있다. 포토갤러리에는 DVD-ROM사용자를 위한 이스터에그가 숨어있는데, NG 컷 등을 담은 영상이 숨어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2003.05.19
글 / 아쉬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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