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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Dunkirk, 2017)

무엇이 그들을 생존하게 만들었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덩케르크'는 1940년 덩케르크 해변을 배경으로 벌어졌던 영국군의 대규모 탈출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놀란의 전쟁 영화라는 점에서 어떤 영화일까 몹시 궁금했었는데, 아이맥스 카메라를 최대한 활용한 기술적 시도는 놀라울 만큼 압도적이지만 보통의 전쟁 영화 혹은 대탈출 영화가 보여주는 극적인 요소와 전쟁의 참혹함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장면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덩케르크'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가진 전쟁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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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탈출을 돕는 구축선과 해변의 병사들을 공격하는 적기들을 막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전투기 조종사의 시점, 포위된 상황을 벗어나 본국으로 탈출하려는 병사들의 시점 그리고 이 병사들을 돕기 위해 덩케르크 해변으로 향하는 어선에 올라 탄 평범한 이들의 시점으로 각각 나누어진다. 놀란의 영화가 자주 그런 형태를 취하듯이 이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른 시점의 이야기들은 이번에도 절묘한 편집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서 완성도를 갖는다.


커다란 사건을 배경으로 한 세 가지의 다른 이야기를 하나로 풀어내는 방식은 독립적인 동시에 유기적이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예전 영화들처럼 흩어져 있던 인물들이 한 지점에서 반드시 만나기 위해 존재하는 필연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시공간을 통해 주고받는 느슨한 동시에 매우 끈끈한 관계라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이 세 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연결되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화가 왜 그들을 연결시키고 있는 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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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크리스토퍼 놀란이 대중들에게는 기술적인 부분과 디테일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치들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인간의 감정과 드라마를 풀어내는 것에 재능 혹은 애정이 있다고 했었는데, '덩케르크'를 보면서 재차 이 생각을 굳힐 수 있었다. 결국 크리스토퍼 놀란이 덩케르크 구출 작전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전쟁이라는 비 인륜적이고 비이성적인 상황 속에서도 순수한 선의를 갖고 있던 인물들로 인해 승리보다도 값진 생존을 얻어낼 수 있었다는 것일 텐데, 그런 측면에서 한 편으론 영화 자체가 담고 있는 시선이 순수하기보단 순진한 것으로 그려질 수 있지만 놀란은 이번에도 자신이 믿는 순수한 선의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로 이를 설득해 낸다. 


만약 이 영화가 끝내 러닝 타임 동안 이 상황과 인물들의 선의를 전달하는 것에 실패했더라면,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민간 어선의 구출 장면이나 몇몇 의미 심장한 대사들이 그저 간지러운 것으로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일일이 인물들의 동기를 다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관객을 설득해 내는 데 성공한다. 그것이 '덩케르크'가 성취한 가장 값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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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맥스 레이저 상영과 한스 짐머의 음악에 대해


'덩케르크'를 이야기하면서 아이맥스 촬영과 음악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왜냐하면 이 두 가지를 빼면  이 영화는 성립 자체가 불가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일단 '덩케르크'가 선택한 아이맥스 촬영의 경우 일반적인 아이맥스 화면비보다도 더 상하의 화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1.43:1의 화면비로 약 75% 이상이 촬영되었는데, 이는 일반 디지털 아이맥스 관에서도 상하 레터박스가 생기는 화면비로서 국내에서는 최근 용산 CGV에 도입된 아이맥스 레이저 상영을 통해서만 손실 없이 관람할 수가 있다. 


이렇듯 보통의 아이맥스 화면비보다도 아래 위로 더 많은 정보량이 담긴 영상을 영화는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그만큼 상하의 움직임이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고 일부 전투기 장면에서는 흡사 파노라마 방식을 좌우가 아닌 상하로 구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인상적인 것을 넘어서는 최초의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즉, 단순히 1.43:1의 화면비로 대부분 촬영되었으니 아이맥스 레이저 상영을 가능하면 관람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이 화면비로 감상해야만 제대로 된 장면의 의도가 파악되는 장면들이 다수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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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장면들은 2.2:1의 화면비로 촬영되어 아이맥스 레이저 상영관에서 관람할 경우 레터박스가 생기게 되는데, 레터박스가 감상을 방해해서가 아니라 2.2:1로 촬영된 장면들을 굳이 1.43:1로 찍지 않아야만 했던 이유가 부족해 보였던 터라, 좀 더 편안한 감상을 위해 하나의 포맷으로 촬영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43:1의 화면비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사실상 국내에 하나밖에 없다는 환경적인 이유는 별개의 문제로 하고). 


한스 짐머와 놀란의 작업은 이제 별개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 '덩케르크'의 영화 음악은 '다크 나이트' 이후 가장 인상적인 한스 짐머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덩케르크'에서 영화 음악은 거의 러닝 타임 내내 강약을 조절해 가며 깔리고 있는데, 마치 러닝 타임과 같은 길이의 긴 한 곡을 연주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화의 내용과 완전히 결합되어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소리들이 영화 음악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모든 실제의 사운드를 이질감 없이 음악으로 소화해 내는 점이 이번 한스 짐머의 음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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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란 다운 전쟁 영화가 나왔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여된 전쟁 영화로서 기존의 박진감 넘치는 대규모 전투 장면이나 카타르시스가 극적으로 치닫는 탈출 영화로서의 묘미를 기대했다면 이 영화는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기존의'다. 즉, '덩케르크'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나 극적인 탈출 영화로서의 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느낌과 방식으로 전하는 영화다. 리얼리티를 고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답게 과연 이런 장면들을 CG 없이 어떻게 완성해 냈는가 궁금한 장면들도 많고, 전쟁을 다루는 과정 속에서도 인간의 마음을 결국 그려내고자 했던 순수함과 인간에 대한 굳은 믿음을 이번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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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자 (The Revenant, 2015)

생존, 그 자체의 대한 경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신작 '레버넌트 (망령, The Revenant, 2015)'는 생존에 관한 경외심을 한껏 담아낸 영화다. 네러티브 상으로 보았을 때 주인공 휴 글래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가족을 잃고 살인자를 쫓게 되는 과정은 복수극으로 볼 수 있지만, '레버넌트'는 복수극이라기 보다는 생존이라는 의미, 즉 환경과 인간 누구도 100%를 의도할 수 없는 그 자체의 상황과 극복에 대한 긴 여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아니, 한 번 죽음에 닿았던 것이나 다름 없는 글래스는 생존이라는 대 서사의 앞에 놓인게 되고, 영화는 바로 그 과정을 최대한 가까이서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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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휴 글래스는 곰과의 사투로 사경을 해매기 이전 부터 이미 생존이라는 싸움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모피 사업을 하기 위해 원주민과 거래하거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다른 백인들과도, 그리고 원주민과도 다른 조금은 특별한 존재다. 원주민과 정을 나누어 아들인 호크와 함께 하게 된 글래스 부자는 원주민의 무리에도 그렇다고 백인들 무리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경계에 놓인 존재다. 이것이 글래스가 이미 영화의 시작 전 시점부터 생존이라는 고독한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어느 한 편에 서지 못하고 (한 편에 서지 못한 이유 또한 일종의 물리적 생존을 위한 처신이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견뎌왔던 글래스는 곰에게 습격을 받는 사고와 그 이후 벌어진 일들로 인해 실제적인 생존의 경계에 놓이게 되면서 견디는 것 이상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 죽다 살아난 글래스의 앞에 펼쳐지는 한겨울 매서운 산과 대지라는 자연은, 그의 생존을 돕기도 또 더 힘들게도 한다.


이 생존의 과정 속에 만나게 되는 자연의 범주에는 동물과 원주민, 인간들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를 단순한 복수극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글래스가 기여코 살아 남게 된 과정 속에는 단순히 아들을 죽인자를 찾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의 에너지가 아니라 (오히려 복수극으로 본다면 이 복수심은 미약하게 그려지는 수준이다), 복합적인 생존이라는 싸움과 생존해야만 한다는 한 인간의 의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는 거대한 자연과 순리의 현상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냐리투는 생존이라는 것이 어떠한 인간의 노력과 의지 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들까지 작용하는 더 경외로운 개념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허무함이나 무력함이 아니라 경외로움으로서의 생존. 그것이 이냐리투가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이 시대와 계절 속으로 카메라를 가져갔던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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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 외적인 측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엠마누엘 누베즈키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영상이었다. 이미 전작 '버드맨'을 통해 이냐리투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엠마누엘 누베즈키 촬영 감독은 이번 '레버넌트'를 통해 경지에 이른 촬영을 선보인다. '버드맨'을 통해서도 인물의 심리에 맞춰 아주 가깝게 바로 뒤에서 쫓는 시점으로부터 시작되어 마치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듯한 카메라워크를 보여주었었는데, 이번 '레버넌트'에서는 이보다 더 진일보한 경지의 압도적인 촬영을 보여준다. 최대한 컷을 끊지 않고 긴 호흡으로 인물이 처해있는 상황과 눈 앞에 펼쳐진 현장의 거리와 분위기를 실제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대자연의 풍광에서 경외로움을 덜어내지 않고 담아내는 기술은 가히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이냐리투의 연출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도 모두 인상적이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엠마누엘 누베즈키의 촬영이다.



1. 레오의 팬으로서 이제 더이상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캐릭터는 최소한 한동안은 그만 했으면 ㅠ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캐릭터로 좀 환기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드네요 ^^


2. 또 한 번 디카프리오 얘기. 아무래도 그의 연기는 아카데미 수상을 안 떠올릴 수가 없게 만드는데, 그래서 더 안쓰럽달까. 워낙 영화 속에서 고생 고생 상고생을 하다보니 마치 그런 글래스의 모습에서 아카데미를 향한 레오의 고생 고생 상고생이 연상되기도 해서 흑;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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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paran2020.tistory.com BlogIcon H_A_N_S 2016.01.21 20:53 신고

    꽤 잔인한 장면이 많다고 들었는데 디카프리오의 수상을 기대하며 물러갑니다...ㅎㅎㅎ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16.01.22 13:08 신고

      잔인한 장면들이 조금 있는 편이에요. 아카데미를 수상해도 부족할 것 없는 연기임은 분명합니다 ㅎ




2015년에 다시 등장한 매드 맥스, 

여성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솔직히 내게 있어 '매드 맥스 (Mad Max, 1979)'는 이미지로만 각인 된 영화였다. 분명 어렸을 때 비디오로 보긴 했었으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고 그저 허름한 가죽 옷과 바이크를 탄 멜 깁슨의 꼬질꼬질한 모습과 사막 아닌 모래 가득의 더럽고 (먼지 때문에) 갑갑한 이미지만이 깊게 남아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 '매드 맥스' 시리즈가 다시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땐 샤를리즈 테론, 톰 하디가 출연한다는 이유가 더 매력적인 포인트였는데, 누가 연출을 맡았나 확인해 보니 그 옛날 원작을 연출했던 조지 밀러가 다시 연출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 보니 조지 밀러가 약 35년 만에 다시 '매드 맥스'를 꺼내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조지 밀러가 2015년에 다시 꺼내든 '매드 맥스'는 놀랍게도 30년 전의 오리지널리티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재에 이질감 없이 녹아 들기에 충분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매드 맥스'는 비슷한 세계관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자원 (여기선 물)을 독점하고 있는 권력 층과 이로 인해 피지배 층이 되어 버린 부류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권력을 추종하는 부류 (여기선 워보이)가 등장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2015년판 '매드 맥스'가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모습이 충분히 논리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즉, 단순히 비주얼 혹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아닌 배경에 깔린 세계관과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점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이후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액션과 스펙터클에 근원이 되는 포인트로 '매드 맥스'가 단순히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 준다.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흔치 않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 영화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흔히 여성 영화, 여성 중심의 영화 라는 표현을 할 때 오히려 평등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같은 구성으로 남성이 주인공이라 하여 남성 영화라고 부르지 않는 다음에야..) 여성이라는 존재를 주제나 제목에 드러내는 것에 조심스러운 편인데, 남성 영화를 남성 영화라 부르지 않는 현실을 균형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는 여성 이라는 존재를 겉으로 드러내도 무방할 것이다. 

 

서론이 다소 길어졌는데,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는 요 몇 년간 본 영화 가운데 여성의 대한 태도가 가장 바람직한 동시에, 진정한 성 평등 영화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즉, 여성 영화를 만들기 위해 단순히 여성을 중심에 두는 구성과 비중의 차이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행동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여성을 중심에 두고, 반대로 남성 역시 일반 영화의 여성처럼 남성 주인공의 보조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닌, 나름의 독립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균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정말 멋진 (멋지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이유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라는 점이다. 

 

더 깊게 보자면 그냥 주인인척 하는 캐릭터들이 아니라 뼈 속까지 독립적인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행동 하나 대사 하나만 봐도 이 여성들이 그 간의 억압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생겨난 독립심이 아닌, 태생적으로 평등한 세계관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의 삶을 본인이 결정하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 없을 터이나 특히 영화 속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매드 맥스'의 여성 들은 완벽하게 본인들의 삶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 더 나아가 모성애라는 감정에 흔들려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이것은 물론 선택의 영역이겠으나 많은 '남성'영화들이 이 모성애를 여성에게 강요하다시피 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의 묘사는 신선하고 통쾌하기까지 했다. (스플렌디드가 쫓아오는 임모탄을 상대로 임신한 자신의 배를 드러내며 방패이자 무기로 삼는 장면은, 삶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속 여성들이 이상향으로 꿈꿨던 녹색 땅의 현실과 그 다음 선택에 관한 것이었다. 만약 녹색 땅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매드 맥스'는 여성 중심의 또 다른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녹색 땅이라는 것은 남성 중심의 시타델의 고통에서 벗어난, 일종의 도피처 격 파라다이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곳에 닿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던 녹색 땅은 이미 폐허가 된지 오래이고, 새로운 또 다른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시타델로 돌아가 그곳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영화의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게 있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바로 맥스 (톰 하디)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녹색 땅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 퓨리오사 (샤를리즈 테론)가 또 다른 녹색 땅을 찾아 떠나겠다는 결정을 했을 때 맥스는 다시 돌아와 퓨리오사에게 시타델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여기에 깨달음을 얻은 퓨리오사는 맥스와 함께, 그리고 여성들로만 이뤄진 새로운 공동체와 함께 시타델로 향하게 된다.






영화의 제목은 '매드 맥스'인데 사실상 주인공은 퓨리오사가 아니냐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물론 퓨리오사에게 비중이 더 있는 것은 맞지만 맥스의 역할, 특히 그가 일반 영화들의 남성과는 완전히 다른 남성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맥스 역할이 결코 부족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했던 것은 후반 시타델로 다시 돌아오는 시퀀스에서의 액션 구성이었다. 아무리 여성이 중심이 된 텍스트라고 해도 액션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클라이맥스에서는 남성인 (그것도 톰 하디라면 더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서 액션 영웅이 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이 작품에서는 이런 부분 역시 철저하게 분업화 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클라이맥스에서도 액션의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퓨리오사가 쥐고 있으며, 맥스는 자신이 남성으로서 더 적합한 액션을 행할 뿐이다. 비슷한 예로 클라이맥스의 액션 시퀀스 외에 이 거대한 자동차를 몰고 가는 과정 속에서 퓨리오사와 맥스, 그리고 다른 여성 캐릭터들과 워보이 (니콜라스 홀트)의 역할을 보면, 누군가가 남성이라서 혹은 여성이라서 주도권을 갖고 명령하는 구성이라기 보다는, 각자가 성별과 상관없이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분업화를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발 밖에 없는 실탄 중 두 발을 날려버린 맥스가 마지막 한 발을 주저 없이 퓨리오사에게 넘기는 것은, 그저 그가 쿨해서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퓨리오사가 더 높기 때문이고, 운전과 수리를 나누는 방식도 무언가가 더 쉽거나 덜 위험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그 역할에 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의 끝판왕은 시타델을 차지하게 된 마지막, 유유히 떠나는 맥스의 모습에서 정점을 이룬다. 맥스는 새로운 시타델을 만드는 데에 있어 퓨리오사가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은 물론, 본인은 거기에 맞지 않는 역할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떠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을 남성이 지휘하고 주도하고 차지하는 일반적인 영화와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다른 점이다. 반대의 경우도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여성이 더 능력이 있는 경우인 것이다.






결국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글의 서두에는 '여성은' 이라고 썼지만 더 나아가 인간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주체가 여성일 때 얼마나 더 큰 영화적 힘과 담론이 형성 가능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다. 

 

안 볼 이유가 전혀 없다.



Blu-ray : Video Quality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블루레이의 화질은 레퍼런스라고 부르기에 주저 함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고, 아직 2015년이 몇 달 더 남기는 했지만 (아마도) 올해의 블루레이의 후보로 손꼽힐 만한 퀄리티를 수록하고 있는 타이틀이라 하겠다. 

 

이 작품의 영상 퀄리티가 남다른 것은 기본적으로 촬영 방법에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아마 저 자동차 액션 장면들에 많은 CG가 동원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거의 대부분이 실제 촬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나은 화질을 일단 기대해볼 수 있겠다. 이 지저분하고 먼지 가득한 세계와 계속 달리기만 하는 자동차 액션 영화는 레퍼런스급 화질을 통해 더 질감 넘치고 온도마저 느껴지는 체험이 가능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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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화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질감에 대해 자주 논하는 편인데 바로 그 질감에 있어서 '매드 맥스'는 최고 수준으로 차려진 밥상이라 할 수 있겠다. 모래와 먼지, 그을음 등이 피부와 옷가지에 그대로 묻어난 인물들의 외형과 연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갖가지 상처와 녹이 쓴 외형의 자동차에서 바로 그 흔적들이 눈으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 하게 묘사된다. 색감의 경우 이질적이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인 느낌을 주고자 하고 있는데, 쨍 한 대낮에 흐릿한 사막을 배경으로 주로 장면들이 진행되지만 날카로움마저 느껴지는 화질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어두운 밤 장면의 경우 영화는 의도적으로 푸른 색감과 여기에 인위적 빛이 더해졌을 때 노랗고 붉은 색의 대비를 보여주는데, 이런 장면에서의 화질 수준도 눈 여겨 볼 만하다.







Blu-ray : Audio Quality

 

돌비 TrueHD 7.1 채널 사운드를 수록하고 돌비 애트모스 포맷을 수록한 사운드 역시 올해의 블루레이라 할 만하다. 특히 사운드 퀄리티를 이야기할 때 자주하는 얘기지만 보는 이가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다른 타이틀의 사운드를 압도한다. 일단 자동차 액션이 주를 이루는 영화라는 점 만으로도 기대하게 되는 사운드들이 있는데, '매드 맥스'는 여기에 그 자동차 들이 특별히 전투를 위해 개조된 (그것도 다 다른 형태로) 차량이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다양한 사운드적 쾌감을 선사한다.






시타델에서 펼쳐지는 초반 시퀀스의 경우, 금속성의 날카로운 사운드와 동시에 군중들의 복잡한 사운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우퍼가 과할 수 있는 임모탄이 군중들에게 확성기를 통해 설교를 하는 장면에서도 저음부가 과하지 않고 적당히 공간감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사운드 적으로 또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바로 빨간 옷의 기타 맨이 등장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단순한 효과음을 넘어서서 영화 음악과 하나가 되어 전개되는 기타 맨의 등장 장면들은, 이른바 치고 빠지는 일렉 기타의 사운드와 카메라가 기타 맨을 훑고 지나갈 때의 속도감이 일품이다. 후반부 기타 맨과의 액션 시퀀스에서 역시 이 같은 사운드적 장점은 다양한 사운드가 휘몰아 치는 가운데서도 특별히 돋보인다. 정말 다양한 사운드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단 하나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오로지 아래 집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뿐 일 듯 하다.





Blu-ray : Special Features

 

첫 번째로 살펴 볼 부가영상인 'Filming Fury Road'는 약 30분 분량의 제작 다큐로 전반적인 촬영 뒷얘기가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대사가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 어떤 많은 대사의 영화보다 서사가 분명하고 전개가 설득력 있는 작품인데, 스토리보드를 기획하던 처음 시점부터 대사 위주가 아니라 액션을 통해 대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고려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 만큼 디테일 한 스토리보드 작업이 선행되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진행된 로케이션 촬영 모습도 엿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CG는 스턴트 케이블을 지우고 배경을 강화하는 수준으로 밖에 사용되지 않은 작품이기에 실제 하는 로케이션의 매력과 스턴트가 주가 된 촬영 속에 정말 많은 테스트와 고생을 반복한 스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사촬영의 95%는 움직이면서 촬영했다는 인터뷰처럼 조지 밀러는 아날로그 촬영방식, 더 나아가 아날로그 영화제작 방식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퀄리티를 끌어내고자 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얼마나 로케이션 장소와 그 곳의 컨디션이 중요했고, 후반 작업을 염두에 두는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현장에서 최종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될 장면을 구현하고자 한 방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를 부가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Fury on Four Wheels'는 20분이 조금 넘는 영상으로 ‘매드 맥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마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라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특이한 디자인의 자동차는 한 번 본 기억이 있을 정도로 ‘매드 맥스’에 등장하는 차들의 디자인은 인상적이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역시 영화의 제작 철학에 맞게 모두 실제 운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진짜 자동차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 부가 영상은 마치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더 벙커’의 매드 맥스 버전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대단한' 개조의 수준에 대해서는 특별히 따로 얘기할 필욘 없을 듯 하다.






'Max and Furiosa'에서는 조지 밀러가 탄생시킨 맥스와 퓨리오사의 캐릭터 이미지와 이를 표현한 톰 하디와 샤를리즈 테론의 인터뷰를 통해 두 캐릭터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멜 깁슨이 아니면 맥스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 채 시작한 톰 하디는, 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주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 만의 캐릭터를 담고 있는 맥스를 만들어 냈다. 사실상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퓨리오사의 캐릭터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는데, 별개로 이 영상에서 가장 놀라운 건 퓨리오사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이 멀쩡하게 차려 입고 나와 금발을 자랑하며 인터뷰에 응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다시 한 번 퓨리오사로 분한 그녀의 모습과 연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The Tools of the Wasteland'에서는 영화 속 다양한 소품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부가영상을 통해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조지 밀러의 연출 방향성 중 하나는 바로 디자인인데, 인간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멋진 걸 만들어 낸다는 그의 방향성은 매드 맥스에 등장하는 사소한 소품들에까지 눈 여겨 봐야 할 이유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만큼이나 독특한 디자인을 갖고 있는 아이템으로는 운전대를 들 수 있겠는데, 그저 독특하게 다양하게만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기능적으로 가능한 것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운전대 외에 의상 및 다른 소품들도 같은 맥락으로 디자인되고 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The Five Wives : So Shiny, So Chrome'에서는 임모탄의 다섯 아내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었다.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인터뷰와 이들 다섯 캐릭터가 의미하는 내용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Crash & Smash'에서는 사전 제작 테스트 영상과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촬영 분의 원본 영상이 수록되었는데, 어떠한 CG도 가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가 어느 수준까지 실제 하는 촬영으로 이뤄졌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영상이라 하겠다. 보면 알겠지만 CG가 가미되지 않아 완성도 측면에서 퀄리티가 떨어질 뿐이지 내용상으로는 영화 속 내용과 동일한 액션과 장면이 담겨 있어, 다시 한 번 영화의 제작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Deleted Scenes'에는 총 3개의 삭제 장면이 수록되었는데, 자신의 아이를 워보이로 바치려다 안되자 자신이 직접 젖을 생산하는 것으로라도 지원하겠다는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과 워보이들 앞에서 임모탄이 퓨리오사를 추격하고자 다시 한 번 명령하는 장면, 그리고 시타델을 되찾으려는 맥스와 퓨리오사 일행이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는 장면이 짧게 수록되었다.





총 평

 

조지 밀러가 다시 만든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대사가 아닌 액션으로 서사를 만들어 낸 놀라운 액션 영화이자,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은 물론 세련되게 진일보한 또 다른 의미의 '멋진' 영화이기도 했다. 작품성 적인 측면과 오락 적인 측면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올해 몇 안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널리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이 작품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만족스러운 것을 넘어서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한 블루레이로 발매되어 또 한 번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빨간 내복의 기타 맨이 등장하는 장면만 즐겨도 본전은 뽑았다는 느낌이 드는 타이틀일 것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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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시우쇠 2015.10.20 20:35

    남자지만 모유 착취 씬만 보면 불쾌하더군요.. 여성입장에서 그 장면 보며 많이 불편할 듯한..

  2. BlogIcon 아우구스투스. 2016.03.08 05:13

    리얼리티 관점에서 보면 능동적인 캐릭터 퓨리오사는 판타지 인물이죠. 의에 모유 착취씬이 불쾌하다는건 도대체 무슨 헛소리인지?;; 오버떨지 마시길!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Mad Max : Fury Road, 2015)

여성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솔직히 내게 있어 '매드 맥스 (Mad Max, 1979)'는 이미지로만 각인 된 영화였다. 분명 어렸을 때 비디오로 보긴 했었으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고 그저 허름한 가죽 옷과 바이크를 탄 멜 깁슨의 꼬질꼬질한 모습과 사막 아닌 모래 가득의 더럽고 (먼지 때문에) 갑갑한 이미지만이 깊게 남아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그런 '매드 맥스' 시리즈가 다시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땐 샤를리즈 테론, 톰 하디가 출연한다는 이유가 더 매력적인 포인트였는데, 누가 연출을 맡았나 확인해 보니 그 옛날 원작을 연출했던 조지 밀러가 다시 연출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보니 조지 밀러가 약 35년 만에 다시 '매드 맥스'를 꺼내든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데 그 궁금증을 떠나, 조지 밀러가 2015년에 다시 꺼내든 '매드 맥스'는 현재에도 이질감 없이 녹아들기에 충분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 '매드 맥스'는 비슷한 세계관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자원 (여기선 물)을 독점하고 있는 권력 층과 이로 인해 피지배 층이 되어 버린 부류들, 그리고 그 중간에서 권력을 추종하는 부류 (여기선 워보이)가 등장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2015년판 '매드 맥스'가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모습이 충분히 논리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즉, 단순히 비주얼 혹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아닌 배경에 깔린 세계관과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점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이후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든 액션과 스펙터클에 근원이 되는 포인트로 '매드 맥스'가 단순히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 준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역시 영화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흔히 여성 영화, 여성 중심의 영화 라는 표현을 할 때 오히려 평등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같은 구성으로 남성이 주인공이라하여 남성 영화라고 부르지 않는 다음에야..) 여성이라는 존재를 주제나 제목에 드러내는 것에 조심스러운 편인데, 남성 영화를 남성 영화라 부르지 않는 현실을 균형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는 여성 이라는 존재를 드러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는 요 몇 년간 본 영화 가운데 여성의 대한 태도가 가장 바람직한 동시에, 진정한 성평등 영화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즉, 여성 영화를 만들기 위해 단순히 여성을 중심에 두는 구성과 비중의 차이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행동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여성을 중심에 두고, 반대로 남성 역시 일반 영화의 여성처럼 남성 주인공의 보조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닌, 나름의 독립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균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이 정말 멋진 (멋지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이유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 캐릭터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라는 점이다. 더 깊게 보자면 그냥 주인인척 하는 캐릭터들이 아니라 뼈속까지 독립적인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행동 하나 대사 하나만 봐도 이 여성들이 그 간의 억압된 상황을 극복하고자 생겨난 독립심이 아닌, 태생적으로 평등한 세계관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의 삶을 본인이 결정하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 없을 터이나 특히 영화 속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매드 맥스'의 여성 들은 완벽하게 본인들의 삶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 더 나아가 모성애라는 감정에 흔들려 삶의 주도권을 빼앗기지도 않는다. 이것은 물론 선택의 영역이겠으나 많은 '남성'영화들이 이 모성애를 여성에게 강요하다시피 하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매드 맥스'의 묘사는 신선하고 통쾌하기까지 했다.

(스플렌디드가 쫓아오는 임모탄을 상대로 임신한 자신의 배를 드러내며 방패이자 무기로 삼는 장면은, 삶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또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속 여성들이 이상향으로 꿈꿨던 녹색땅의 현실과 그 다음 결정에 관한 것이었다. 만약 녹색땅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매드 맥스'는 여성 중심의 또 다른 평범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녹색땅이라는 것은 남성 중심의 시타델의 고통에서 벗어난, 일종의 도피처 격 파라다이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곳에 닿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았던 녹색땅은 이미 폐허가 된지 오래이고, 새로운 또 다른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 시타델로 돌아가 그곳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하는 영화의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무게있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바로 맥스 (톰 하디)의 역할이 중요해 진다. 녹색땅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 퓨리오사 (샤를리즈 테론)가 또 다른 녹색땅을 찾아 떠나겠다는 결정을 했을 때 맥스는 다시 돌아와 퓨리오사에게 시타델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여기에 깨달음을 얻은 퓨리오사는 맥스와 함께, 그리고 여성들로만 이뤄진 새로운 공동체와 함께 시타델로 향하게 된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제목은 '매드 맥스'인데 사실상 주인공은 퓨리오사 아니야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물론 퓨리오사에게 비중이 가 있는 것은 맞지만 맥스의 역할, 특히 그가 일반 영화들의 남성과는 완전히 다른 남성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맥스 역할이 결코 부족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했던 것은 후반 시타델로 다시 돌아오는 시퀀스에서의 액션 구성이었다. 아무리 여성이 중심이 된 텍스트라고 해도 액션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클라이맥스에서는 남성인 (그것도 톰 하디라면 더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서 액션 영웅이 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이 작품에서는 이런 부분 역시 철저하게 분업화 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클라이맥스에서도 액션의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퓨리오사가 쥐고 있으며, 맥스는 자신이 남성으로서 더 적합한 액션을 행할 뿐이다. 비슷한 예로 클라이맥스의 액션 시퀀스 외에 이 거대한 자동차를 몰고 가는 과정 속에서 퓨리오사와 맥스, 그리고 다른 여성 캐릭터들과 워보이 (니콜라스 홀트)의 역할을 보면, 누군가가 남성이라서 혹은 여성이라서 주도권을 갖고 명령하는 구성이라기 보다는, 각자가 성별과 상관없이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분업화를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세 발 밖에 없는 실탄을 날려버린 맥스가 마지막 한 발을 주저 없이 퓨리오사에게 넘기는 것은, 그저 그가 쿨해서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퓨리오사가 더 높기 때문이고, 운전과 수리를 나누는 방식도 무언가가 더 쉽거나 덜 위험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그 역할에 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의 끝판왕은 시타델을 차지하게 된 마지막, 유유히 떠나는 맥스의 모습에서 정점을 이룬다. 맥스는 새로운 시타델을 만드는 데에 있어 퓨리오사가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은 물론, 본인은 거기에 맞지 않는 역할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떠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을 남성이 지휘하고 주도하고 차지하는 일반적인 영화와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가장 다른 점이다. 반대의 경우도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여성이 더 능력이 있는 경우인 것이다.



ⓒ Village Roadshow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결국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는 글 제목에는 '여성은' 이라고 썼지만 더 나아가 인간은 스스로를 어떻게 구원하는가 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주체가 여성일 때 얼마나 더 큰 영화적 힘과 담론이 형성 가능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러 모로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다. 안 볼 이유가 없다.


1. 구차하게 일일히 설명하지 않는 영화의 태도가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보통 영화 같았으면 퓨리오사가 왜 한 팔을 잃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회상 형식으로라도 꼭 이야기했을텐데 여긴 그런게 없어요. 유추할 수 있을 뿐더러, 그 자체는 이 현실 속에서 크게 중요한 점이 아니거든요.


2. 시작부터 끝까지 길 위에서 차를 타고 달리기만 하는데, 이렇게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재주.


3. 아이맥스 3D로 보았는데 괜찮았습니다. 다음에 또 보게 된다면 이번엔 돌비애트모스로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Village Roadshow Pictures 에 있습니다.




  1. ronaee 2015.05.18 13:47

    공감합니다.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한 것...너무 순리적인 영화라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 너무 좋습니다...'멋집니다'

  2. Favicon of https://singenv.tistory.com BlogIcon singenv 2015.05.18 20:17 신고

    꼭 봐야겠군요~ 감사합니다!

  3. BlogIcon 로드러너 2015.05.18 20:52

    조지밀러가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에서 유토피아를 갈망하며 영화에서도 여성의 절대 가치 출산을 강조하 부분이 큰데, 퓨리오사는 분명 기존의 다른 보조적 캐릭터와는 다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지나친 확대 해석 같네요? ㅋㅋ 바람직하다는 말도 웃깁니다. 한국여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4. BlogIcon 로드러너 2015.05.19 05:10

    다시한번 말하지만 해석이 너무 나갔네요? 조지밀러가 왜? 하필 매드맥스에 페미니즘적 메세지를 넣었는지 의문이지만? 현실과 괴리감이 큽니다. 현실에서 여성들은 나약합니다. 아무것도 그들 스스로 할수 없는게 진짜
    현실입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그렇게
    그렸는지 모르지만? 간과하면 안될것은 맥스가 떠난건 퓨리오사가 더 적합해서가 아니라! 맥스 존재 자체가 방랑자입니다. 매드맥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사는 방랑자죠. 진지하신 확대해석 좀 웃겼습니다 ㅡ

    • BlogIcon 행인 2015.05.19 16:12

      말 그대로 여성차별주의자시네요. 같은 남성으로서도 동의하기 힘든 의견입니다. 억하심정은 인터넷에서만 푸시고, 현실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접어 두시길 권합니다.

    • BlogIcon 2015.05.25 22:29

      흠 님 댓글이 더 웃긴데요? 영화가 출산의 가치를 강요했다고요? 출산에서 벗어나 자유를 택한 건 여성들이었는데 영화를 제대로 본건지 모르겠네요. 애초에 여성에 대한 편견과 무시로 머리가 꽉 차 있는데 영화는 불편해서 어찌 보셨을지ㅋㅋㅋ핀트 엇나간 해석 많이 웃고 갑니다

    • ㅉㅉ 2015.06.07 13:42

      멍청하기 짝이 없는 댓글이네요 로드러너님의 좁고 편협,외곡된 마인드와 썩은 동태눈으로 보니 영화의 메세지가 보이지 않는거겠지요 말이라도 안하면 중간이라도 갈텐데 무식인증하는거보고 저야말로 웃고가네요~

    • 여성의입장에서는 2015.07.05 18:26

      현실에서 나약한 여성만을 보셨다면 그들이 남성앞에서 전략적으로 내숭을 떠는 -_-;; 장면만을 보셨던가, 혹은 강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던 건 아닌지... 대학교 토론에서 제가 남성 선배들의 주장을 조각하는 의견을 펼쳤을 때 그들이 아예 듣지조차 않았던 것이 떠오르네요.

  5. BlogIcon 순대마루 2015.05.20 02:33

    6년째 아쉬타카님의 영화리뷰를 봐왔던 사람입니다. 엊그제 매드맥스의 액션과 세계관이 강렬해서 전문가들의 리뷰를 보고싶었는데 타카님의 명쾌하고도 남다른 시선으로 해석하신 글을 보고나니 영화감상후의 그 공허함이 채워지는 안락함이 느껴지는군요. 이따금씩 삶에 목이 마를때마다 들릅니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리뷰 부탁드릴게요~

  6. 지나가다 2015.05.25 23:46

    좋은 리뷰 잘 보고가요. 페미니즘과 관련된 부분에서 막연하게 설명되었던 부분들이 잘 나타나있어서 덕분에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액션영화에서 모색된 새로운 여성성에 감동하고 갑니다... ♡♡♡

  7. 글이 장황하게 느껴지는걸 저만 그런가요?

    여성에 대한 무슨을 하실려고 하는것 같아 댓글을 달려다

    물론 영화를 안본 상태입니다만...

    글에 집중이 안되서 그냥 포기하고 갑니다.

  8. 2015.05.26 22:07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짚어준 리뷰네요. 저는 보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나우시카나 원령공주가 떠올랐어요. 퓨리오사는 에보시와 나우시카를 섞어놓은 듯한 캐릭터였어요. 페미니즘적인 측면에서만 봤을 땐, 80년대 영화에 등장한 여성 캐릭터에서 조금도 진보하지 못한 느낌이라 아쉬웠습니다. 유토피아를 어머니들의 땅으로 묘사하고 디스토피아의 대척점이자 해결책을 여성성과 모성애에서 찾은 것도 너무 전형적이고 뻔한 은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런데 아쉬타카님 리뷰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임신한 몸을 방패로 삼은 장면은 확실히 타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부분이었죠. 영화를 참 섬세하고 참신한 시각으로 잘 분석하신 거 같아요. 글 전체적으로 공감합니다.

  9. 본조비 2015.05.31 10:28

    이 정도의 글이면 '남들이 보지 못한 부분'까지 본 것이고.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지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10. 메이청 2015.06.22 00:23

    방금 영화보고 와서 글 보러 왔습니당ㅎㅎ

  11. 여성의입장에서는 2015.07.05 18:25

    여성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꽤 있었는데요, 기존의 액션영화들에서 여성이 그저 지켜줘야 하는 대상에만 머물러 있는 부분과는 다르다는 점은 그래도 다소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전략을 짜는 점에서는 여성이 보다 우수한 면모를 드러내는 부분은 역사속에서도 종종 있었죠, 차별적인 사회때문에 그걸 드러낼 기회가 없었을 뿐.(일본 역사에서는 우에스기가 여성인데 남성으로 평생 살았다고 하죠) 따라서 임모탄을 제거하는 방법에서도 무조건 힘이 아니라 전략을 강조하고, 퓨리오사의 뛰어난 조준실력을 살렸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령관인데 왜 능력치 스탯이 딸려 --;;

  12. BlogIcon 라이트블루 2015.08.29 16:1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남자라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이런 감상을 느끼진 못 했는데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어서 신선합니다. 제 관점에선 임모탄에게 억압받는 브리더들의 탈출이 의미있는 부분이란 점 정도밖에 못 봤거든요. 사회에서의 여성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퓨리오사가 약간 무섭게 느껴졌던 건 왜인지 생각해보면 임모탄 같은 남성이 가졌던 전통적인 지위를 여성에게 넘겨주면 남성이 지배와 억압을 받는 건 아닐까 하는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퓨리오사의 캐릭터가 임모탄 같은 독재자가 아니므로 이런 두려움은 근거가 없게되고 오히려 성별과 상관없이 단지 기존과 다른 성격의 새로운 지도자가 출현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겠죠. 남자가 여자를 억압하던 잘못된 전통에 남녀를 바꿔넣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의 역할에 더이상 성별 구분이 없는 시대가 되길 바랍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의 마무리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이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완결되었다. 처음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았을 때는 본래 계획에 없던 세 번째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했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본인의 입으로 직접 처음 배트맨 시리즈를 맡았을 때 '시작 – 중간 – 끝'의 삼부작을 계획했다고 말했던 만큼,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분명히 '종결'의 의미를 가득 담은 성격의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삼부작을 통해 배트맨이라는 코믹스의 영웅을 완벽한 스크린의 영웅으로 다시금 일으켜 낸 것은 물론, 무엇보다 현실의 영웅으로 만들어낸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지난 몇 년간 영화 팬들에게 새로운 배트맨의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즐거움과 떨림을 선사한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과 동시에 블루레이의 출시를 고대하게 만들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 (크리스찬 베일)이 하비 덴트를 영웅으로 만들고 스스로 고담의 악당이 되 버린 채 떠나버린 그 이후, 하비 덴트 법을 통해 더이상 배트맨이 필요 없어진 고담시를 배경으로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첫 번째 배트맨의 부재를 묘사하는데 그리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대사들과 상황 묘사를 통해 지난 수년간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 어떤 시간을 보내왔고, 고담시는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는 영화 인트로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베인 (톰 하디)이라는 캐릭터를 지체하지 않고 고담으로 끌어 들인다.





베인. 베인은 어쩔 수 없이 전편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캐릭터였는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중반까지 베인이라는 캐릭터는 충분히 조커와 비견될 수 있을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캐릭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라이즈'가 '다크나이트'와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베인이라는 캐릭터를 영화의 메시지와 결부시킨 정도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라이즈'는 '다크나이트'와 사실상 비교대상이 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작품은 메시지가 핵심이라기 보다는 그간 쌓아왔던 캐릭터, 감정,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는 것에 목적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베인이 중반까지 보여준 메시지의 힘이 마스크를 쓴 인상적인 외모나 특유의 발성이나 압도하는 근육질의 몸매보다도 더 강렬하게 다가왔었기에, 베인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다크나이트' 조커의 경우처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다.


베인이 던진 혁명의 메시지




조커가 '혼란 (Chaos)'을 통해 메시지를 던진 경우였다면 베인은 좀 더 계획과 의지를 갖고 있었던 '혁명가'였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베인이 고담에 던진 이 혁명의 메시지는 '그냥 내가 도시를 지배하겠다'와는 달리, '고담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라는 것이었기에 여러 가지로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담론이었다. 특히 증권거래소를 공격하고 그 과정 속에서 부자들의 돈 놀이를 비판하는 대사들이나, 이후 월가에서 벌어지는 혁명군과(사실 이때는 이미 혁명군으로 불리기에는 그 의미가 퇴색된 이후였지만) 경찰들과의 대규모 전투 씬 들을 보며, 지난해 미국 내 가장 큰 사회문제였던 1:99의 월가 시위와 연결 지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인이 처음 고담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 이것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치 매트릭스 속을 사는 것이 더 편한 사람들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좋은 결과를 내던 나쁜 결과를 내든 상관없이 누군가 혹은 자본이나 세력에게 지배 당하는 것에 불만 조차 갖고 있지 않은 시민들에게, '본래 네 것이었던 것을 이제 온전히 네게 돌려주마' 라고, '너희가 99%인데 왜 1%에게 지배 당하는 것에 대해 부당함을 이야기조차 하지 않느냐!'라고 외부적인 쇼크를 베인이 던진 것이다.





만약 베인이 던진 이 혁명과 질문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했더라면 전작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그랬던 것처럼 이 깨우침 (혹은 혼란)을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다크나이트'에서 두 유람선의 실험이 그랬던 것처럼)에 따라 더 큰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 텐데, 꺼내어 놓은 주제에 비해 사실상 답을 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만약 이 혁명을 영화에 주된 테마로 가져와 이를 두고 배트맨과 베인이 벌이는 극렬한 신념의 대립을 메인 테마로 가져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아마도 계속 남을 듯 하다. 이렇게 소모되기에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이라는 캐릭터의 비중은 너무도 컸고 매력적이었기에 더욱 말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렇게 커다란 대립을 메인 테마로 가져왔더라면 아마 이 작품에서도 완결을 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팬으로서는 그러기를 바랬는지도…)





로빈 이상의 로빈


베인이라는 캐릭터의 담론을 어느 정도 끌어 올린 시점에서 영화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인 블레이크 (조셉 고든 래빗)의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상 블레이크라는 캐릭터가 맨 마지막에 밝혀지는 '로빈' 이라는 풀 네임 때문에 단순히 '로빈'으로만 해석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블레이크가 지니는 가치는 단순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트맨 & 로빈'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로빈이 아니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한 편으론 마지막에 등장한 이 조크와도 같은 풀 네임에 대한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았더라도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블레이크의 존재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자신의 자리를 대신 할 빛의 사도로서 믿고 선택했었던 하비 덴트와의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필요 없는 고담을 꿈꿨던 브루스 웨인은 결과적으로 타락해버린 하비 덴트의 실패를 통해 수 년간 은둔하고 고담을 떠나다시피 했을 만큼 (레이첼에 대한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배트맨이라는 존재를 내려놓을 수 있었던 기회를 - 배트맨은 고담에 있어 필요악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 놓쳐버린 것에 대한 실망과 자책이 더 컸을 것이다) 타격을 받게 되는데, 그런 그에게 스스로 접근해 와 다시금 희망의 가능성을 갖도록 한 것이 바로 블레이크이기 때문이다.





이미 하비 덴트에게 자연스러운 이양을 하려다 실패했던 배트맨은 다시 한 번 블레이크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갖게 되자, 조심스럽지만 상당히 직설적인 화법으로 블레이크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동시에 더 확실한 메시지를 심으려 한다. 이미 블레이크가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는데,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일 때도 배트맨일 때도 블레이크에게 지속적으로 고담시의 수호자로서 겪어야 하는 일들, 해야만 하는 일들 또한 감수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진심을 담아 이야기한다. 이미 레이첼을 잃는 경험을 했던 브루스로서는 아직 신념만으로 뭉쳐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블레이크에게 '혼자 활동하려면 마스크를 써'라고 이야기하고 그것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임을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이라는 것이 고아라는 것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임을 알려준다.





배트맨이 블레이크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 이 정도면 정말 친절한 거라고 할 수 있다 - 거듭 설명해주는 건 다시 말하지만 하비 덴트에 대한 아픈 상처와 자책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블레이크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진실을 왜곡한 고든 (게리 올드만)을 강하게 질책할 정도로 정의와 신념으로 똘똘 뭉친 열혈청년 인데, 사실 이런 정의로움이나 신념으로만 따지자면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 역시 결코 뒤쳐진다고 볼 수는 없는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이미 하비 덴트의 실패를 겪었던 배트맨은 이 신념만을 믿기보다는 (I Believe in Harvey Dent) 좀 더 구체적인 방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블레이크를 대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영화 속 블레이크 (새로운 고담시의 수호자)의 이야기가 로빈 혹은 또 다른 수호자의 '비긴즈'에 수록되지 않고 배트맨 삼부작의 마지막에 위치한 이유일 것이다.


신념 그리고 믿음




비록 전편에서 실패를 겪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신념에 관한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한 블레이크의 이야기가 그렇고 (알다시피 배트맨의 성격상 자신이 피곤하다고 해서 그냥 고담시를 적당한 사람에게 맡기고 방관할 수 있는 양반이 아니다), 셀리나 카일 (앤 해서웨이)의 이야기가 그러하며 알프레드 (마이클 케인)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극중 캣 우먼으로 등장하는 (극중에서 실제로 고양이와 관련하여 그녀를 표현한 대사는 처음 웨인 저택에서 만났을 당시의 언급 밖에는 없다) 셀리나 카일과 배트맨의 관계를 보자면 결국 배트맨의 입장에서는 전혀 믿을 만한 위치와 관계에 있지 않은 셀리나를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길 정도로 믿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러닝 타임상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배트맨과 캣우먼 사이에 다른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것은 이 믿음이라는 테마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배트맨의 믿음은 셀리나 스스로도 믿지 못했던 결과를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사실 시리즈 내내 배트맨이 아닌 브루스 웨인을 믿어왔던 알프레드였기에 어쩌면 가장 필요할 때 떠나버린 그의 존재가 더 안타깝기만 했다.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함께 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도 알프레드의 진심을 의심하지는 않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알프레드가 끝까지 지키지 못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항상 자신보다도 더 자신을 믿어주었던 알프레드에 대한 브루스의 보답에 관한 이야기하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삼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서 '라이즈 (Rises)'라는 제목처럼 배트맨으로서나 브루스 웨인으로서나 완전히 일어서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자신을 항상 믿음으로 돌봐주던 알프레드에 대한 완벽한 보답으로, 그 알프레드가 믿음을 저버렸을 때 다른 방식이 아닌 바로 그 믿음으로 답하는 브루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감시하는 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삼부작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인 신념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또 다른 테마인 자경단에 관한 이야기 역시 풀어낸다. 자경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주제인 '감시하는 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담론을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결국 이 거대한 권력을 쥔 자가 타락하거나 혹은 한꺼번에 힘(권력)을 빼앗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어떠한가?'라는 화두로 가져와 후자의 경우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 가운데 역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면 배트맨의 모든 기술과 무기를 만들어내던 응용과학부서를 베인이 통째로 갖게 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가장 큰 위험으로 작용한 신 에너지의 핵폭탄화 역시 이 같은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 초반 만약 악당들이 이 힘을 얻게 될 경우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데, 그럴 경우를 대비해 침수해 폐기하도록 되어 있다는 장치를 설명하지만, 이것 또한 힘을 가진 자의 자만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그대로 보여준다.





'다크나이트'에서도 그랬지만 (마지막 조커의 위치를 찾기 위해 고담 시민 전체의 휴대폰을 감청하는 반인권 방식을 택했지만, 조커라는 위험을 제거하고 나서는 이 시스템 자체를 폐기시킨 것)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주제를 묘사하는 데에 있어 확실히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는 양날의 경우를 모두 인정하는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특수성으로 인해 완벽한 중립에서기 보다는 좀 더 필요악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편에 더 기울어 있지 않나 싶다.


앞서 이야기했던 '다크나이트'의 휴대폰 감청 시스템도 그렇고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결국 배트맨이 필요 없어진 고담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배트맨 아니 또 다른 어둠의 기사를 키워낸 것으로 마무리 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놀란의 영화는 물론,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텍스트 자체가 바로 이 완전하지 않은 것 때문에 가장 흥미롭고 여러 가지 다른 담론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인정




시리즈의 첫 작품 '배트맨 비긴즈'의 주요 테마는 '두려움' 그리고 '극복'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이와는 어쩌면 전혀 상반되는 주제를 담고 있다. 바로 두려움의 극복이 아닌 '인정' 이다. 브루스 웨인은 부모를 잃은 상처와 그로 인한 복수, 그리고 어린 시절 동굴에 떨어져 겪었던 두려움과 박쥐 등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면서 진정한 배트맨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극복의 테마는 고담을 어지럽히는 악당들을 모두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으로도 표현되는데, 이러한 갈등은 조커와 하비 덴트의 일을 겪은 뒤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그저 보지 않으려 한 것 뿐). 하비 덴트 법이 무너지고 베인이라는 고담의 커다란 재앙이 다가오자 브루스는 다시 한 번 '고담에는 배트맨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생각으로 고담시에 나타나 베인과의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베인에게 부러지고 난 뒤 감옥에 떨어지게 된 브루스 웨인은 여기서 극복이 아닌 두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깨우침을 얻게 된다.





즉,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해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감옥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인정 함으로서 표면적인 감옥에서는 물론 오랫동안 브루스 웨인을 짓누르고 있던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트맨 비긴즈'에 등장했던 토마스 웨인의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면 돼'라는 대사는 역시나 의미심장하게 쓰이고 있다. 일어나라 (Rises)라는 죄수들의 외침과 함께 말이다.


이제 두려움을 인정하고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배트맨은 혼자 다 해결할 수는 없음을 인정하고 셀리나에게 믿음으로서 역할을 부여하고, 배트맨으로서 산화하는 것이 아니라 브루스 웨인으로서 살아 남는 것을 택하였으며, 자신의 자리를 다른 이에게 물려주는 것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브루스 웨인이라는 인물이 트라우마를 겪고 또 싸우고 결국에는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이야기를 그렸다고도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해보아도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로 상업영화의 범주 내에서, 특히나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작품에서 감독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철학을 이 정도로 과감하고 자신감 있게 표현해낸 것이야 말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싶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으로 그러하였듯,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를 통해 그러했듯,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 만의 비전으로 전 세계 누구나 아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자신의 영화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짓게 만드는 놀라운 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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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라이즈' 블루레이의 화질은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 간의 편차는 분명히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우수한 화질이며, 전작 '다크나이트' 보다 향상된 화질을 수록하고 있다.






아이맥스로 촬영된 장면들의 화질은 그야말로 레퍼런스급 최상의 화질을 보여주는데, 아웃 포커싱이 많은 장면에서도 뒤 편의 배경들이 뭉개지지 않으며, 날카로운 외곽선으로 베일의 스킨 헤드 피부질감은 물론, 배트맨 슈트 소재의 질감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베인이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이 화질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장면을 캡쳐해도 대부분이 화질 소개 란에 어울릴 만한 퀄리티의 장면들을 선사하고 있었다.







놀란의 배트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가 아이맥스로 가득 담아낸 고담시의 풍경을 들 수 있을 텐데, 블루레이로 다시 보는 이 아이맥스 시퀀스는 정말로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었고, 아이맥스 극장에서 느꼈던 스케일의 감동을 블루레이의 디테일로서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다만, 아이맥스로 촬영되지 않은 35mm 필름으로 촬영한 장면들의 화질은 아쉬움이 많은 편이다. 워낙 좋은 아이맥스 장면들과 연결되어 있다보니 체감적으로 덜 좋아 보일 수 밖에는 없는 현상도 발생한다. 일반 촬영 장면의 경우 날카로움이 이나 색감의 표현, 전체적인 디테일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편인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기존 작품들의 화질과 워너타이틀의 기존 타이틀을 떠올려본다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의 화질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아이맥스 시퀀스가 주는 화질의 감동이 어느 정도 상쇄 시켜준다 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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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 5.1 채널의 사운드의 경우, 시리즈의 마지막으로서 작품이 담고 있는 무게와 스케일을 안방으로 그대로 전달한다. 특히 한스 짐머가 고안한 베인의 테마 (사람들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부분)의 울림은 우퍼 스피커를 통해 강렬하게 전달되며, 다양한 폭발이나 붕괴의 사운드 역시 최신 타이틀로서 부족함이 없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굉장히 현실성 있게 만들어진 영화답게 사운드 측면에서도 실제의 현실감 넘치는 사운드들로 가득 채워졌는데, 촬영도 그렇지만 사운드 측면에서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발생하는 소리를 기반으로 나머지를 채워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폭발 장면은 수 천명이 동원된 월가 격투 장면이나, 동굴 감옥 (The Pit) 장면의 소리들 역시 스케일과 디테일을 모두 만족시키는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사운드를 얘기하면서 베인을 빼놓을 수는 없을 텐데, 베인이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 독특한 목소리와 특유의 울림은 극장에서도 대단했었는데, 블루레이로서도 그 대단한 첫 만남을 만끽할 수 있다. 베인의 목소리는 무언가 다른 공명으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블루레이 사운드 체크시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요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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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보여주는 부가영상


본격적인 부가영상은 2번째 디스크에 수록이 되었는데, 추후 내년 말에 해외에서 발매 예정이라는 UCE 타이틀의 한국어 자막 수록여부나 국내 정식 발매의 불투명성과 굳이 저울질 하지 않더라도,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부가영상이 가득 수록되어 만족스럽다. 쇼핑몰 정보 등에 표현된 부가영상의 큰 카테고리만 보고 별다른 내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첫 번째로 살펴볼 'The Batmobile'에서는 제목처럼 배트맨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배트모빌의 관한 내용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겨있는데, 처음에는 그냥 서브 피쳐 정도로 생각했으나 1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에 걸맞게 독립적으로 충분히 훌륭한 작품인 동시에, 배트모빌을 중심으로 배트맨의 역사를 정리해보는 흥미로운 내용이 수록되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얘기들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이전의 팀 버튼이나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 영화에 등장한 배트모빌들 역시 상당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동원된 작품이라는 점과 실제 구동 가능한 차체였다는 점이었다. 팀 버튼 영화의 배트모빌의 경우 페라리의 실제 부품 등과 전투기의 부속품들까지 접목시켜 완성시켰고, 슈마허의 작품에 등장한 화려한 디자인의 배트모빌의 경우, 처음에는 에이리언 시리즈로 더 유명한 H.R.기거에게 디자인을 의뢰했고 실제로 기거가 제작한 배트모빌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는 그의 버전이 쓰이지 못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기거 스타일에 기초하여 배트모빌이 디자인 되었고 자동차라기 보다는 하나의 동물과도 같은 형태의 버전으로 완성되었다.






또한 영화와 코믹스가 시대를 거듭해 오면서 서로 얼마나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왔는가를 알 수 있는데, 영화에 등장한 배트모빌이 코믹스에도 적용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아이디어에 착안해 디자인 되는 등의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모빌인 텀블러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배트모빌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제작 방식이었다.


보통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스케치나 컨셉화를 시작으로 제작되는 것과는 달리, 놀란과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점토나 부품 등을 가지고 덕지덕지 만든 모형을 기반으로 스케치 등이 없이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텀블러는 기획 단계에서 진짜 과학과 현실적 이론에 근거해 최고의 효율을 만들 수 있는 배트모빌을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시작한 것 답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한 동시에 부서지지 않는 차라는, 정말 괴물 같은 디자인과 성능을 실제로 보여주는 배트모빌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짧은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배트모빌의 역사를 소개하는 정도가 아니라, 배트모빌을 통해 배트맨 시리즈의 연대기를 살펴보는 동시에, 배트모빌을 만들어 온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던 의미 깊은 영상이었다.


'Behind The Scenes : Ending the Knight'에서는 본격적인 제작 과정에 대한 영상들이 수록되었는데, 'Production' 'Characters' 그리고 'Reflections'의 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안에도 작은 메뉴들로 세부 구성되어 있다.






프로덕션에 담긴 부가영상들을 보며 알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사실은, 크리스토퍼 놀란은 가능하면 다 실제로 촬영하고자 했다는 점이고, 관객이 느끼기에 저런 것까지 과연 실제로 찍었을까 하는 것까지도 거의 대부분 실제 촬영을 하거나, 실제 촬영한 것을 기반으로 CG작업을 했다는 점이었다.


영화의 첫 시퀀스인 공중 납치 장면 역시 실제로 촬영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영화 속 장면처럼 실제로 고공에서 스턴트 연기를 통해 촬영되었다. 제작 측면에서는 엄청난 비용과 공수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었지만 결론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 고집은, 영화 초반 관객들로 하여금 압도당하도록 하는 동시에 긴장감을 단숨에 최고로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겠다.






배트맨의 본부라 할 수 있는 배트 케이브와 베인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지하 시설의 경우도 모두 실제 크기의 세트로 제작이 되었는데, 배트 케이브가 자연에 가까운 디자인이라면 베인의 거점의 경우는 산업 현장의 느낌이 나도록 하여 상반된 이미지를 주고자 했다. 두 세트 모두 워낙 거대하다 보니 (베인의 지하 공간의 경우 무려 높이가 30미터가 넘는 세트로 제작되었다), 스텝들 조차 세트라기 보다는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고 한다.






배트맨의 새로운 탈 것인 'The Bat'의 경우도 실제로 나는 것까지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실제 크기로 제작한 기체를 대형 크레인과 엄청난 길이의 케이블로 연결하여 실제 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또한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가 아니라 현실적인 더 배트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사운드 디자이너들의 작업 과정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극 중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인 배트맨과 베인의 1:1 격투 시퀀스에 대한 내용도 수록되었는데, 베인의 야만적인 면과 처음으로 육체적인 결투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배트맨의 대결 장면은 그 자체로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장면 역시 두 배우가 대역 없이 실제로 감정을 실어 연기했기에 더 큰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감정과 액션 디자인이 상당히 복잡한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텝들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임팩트 있는 시퀀스였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예고편에 등장하여 더 기대를 모으게 했던 풋볼 경기장 파괴 시퀀스에 대한 뒷 얘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실제 피치버그의 미식축구 장에서 촬영되었고, 실제로 파괴시키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만 보자면 충분히 파괴시킬 수 있는 논란 감독이기에..) 역시나 만 명이 넘는 엑스트라를 동원, CG를 쓰더라도 인위적인 느낌을 최소화 하려고 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더욱 실감나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하인즈 워드 선수를 비롯해 실제 선수나 선수 출신 들이 출연을 하였으며, 실제 피치버그 시장도 선수로 까메오 출연하는 등 피치버그의 협조가 적극적인 장면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극 중에서 블레이크가 차를 타고 갈 때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의 경우, 영화 속에서는 잠시 스쳐간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을 위해서도 수 많은 기술과 비용이 투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을 보면 한 편으론 그냥 CG로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관객도 거의 눈치채지 못할 듯 하고)하는 생각과 걱정이 들 정도인데, 관객이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길지 않은 장면이라도 더 실감나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절대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현실감이란 곧 주제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비상하라' 라는 뜻의 방언을 외치는 것으로 시작된 베인의 테마가 한스 짐머를 통해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되는지의 과정도 'The Chant'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처음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간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것도 한스 짐머였는데, 베인의 캐릭터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불안함을 조장하는 불협화음을 전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he War On Wall Street'에서는 월스트리트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액션 장면을 소개하고 있는데, 지금은 헐리웃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수 천명의 출연자'라는 얘기를 다시금 꺼내게 만들었던, 수 천명이 동원된 액션 장면의 촬영장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액션 장면의 스케일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바로 수 천명의 엑스트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집을 부려 이 장면을 완성시켰는데,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연기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가 본래 보여주고자 했던 '수 천명이 싸운다'라는 스케일을 표현하는 데에는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대규모 액션 시퀀스의 경우, 시리즈를 마무리 하는 작품답게 전작들의 규모와 재미 요소를 모두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시한폭탄과 추격전이라는 고전적인 구성을 꺼내 들었는데,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의 텀블러를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이것 역시 만만치 않은 장면이었다는 것을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되었다는 것을) 또 확인할 수 있었다.






'캐릭터'에서는 브루스 웨인과 베인 그리고 캣우먼으로 나누어 각각의 짧지 않은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브루스 웨인의 경우 단순히 '다크나이트 라이즈' 속 그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삼부작을 거쳐 진행되는 그의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이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 수트를 입지 않았을 때도 관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 일텐데, 그런 측면에서 이 부가영상은 배트맨으로서 보다 브루스 웨인으로서 표현되는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의 DNA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 한스 짐머의 음악 역시 비긴즈를 기반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부가영상은 결국 영화를 이끄는 건 이야기, 이야기를 이끄는 건 캐릭터라는 놀란의 가치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번 시리즈의 악당을 선정 하는 데에 가장 큰 조건은 육체적으로 배트맨을 압도할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베인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만화 속에 등장한 베인의 모습은 허황되고 과장된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영화 만의 베인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했다.


군대 출신의 용병 느낌이 나도록 기본적인 의상이 설정되었고, 거기에 타락한 혁명가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장교느낌과 프랑스 혁명 당시를 엿볼 수 있는 의상 요소를 추가해, 각 장면 별로 컨셉에 맞게 적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베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마스크는 역시 오랜 제작과정을 거쳤는데, 거미나 고릴라 같은 동물적인 느낌이 강한 것에 더해, 공업적인 느낌까지 더해진 영화 속 마스크가 완성될 수 있었다. 그리고 톰 하디가 베인 특유의 목소리와 억양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요소들을 참고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처음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 캣우먼이 등장한다고 했을 때 모두들 우려 반 기대 반이었는데, 왜냐하면 캣우먼이라는 캐릭터가 현실적인 면을 강조한 놀란의 영화에도 과연 어울릴까 하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란과 앤 해서웨이가 만들어낸 캣우먼은 가면을 쓰고 수트를 입고 있어도 별로 판타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우스꽝스럽지도 않은 현실감을 갖은 캐릭터로 완성되었다. 이런 양 측면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고안된 의상이나 가면 등 캣우먼 캐릭터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가 담겨있다. 또한 다른 연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장면을 대역 없이 실제 액션 연기를 펼친 앤 해서웨이에 대한 스텝들의 칭찬도 들을 수 있다.






마지막 'Reflections'의 첫 번째 메뉴인 'Shadows & Light in Large Format'에서는 아이맥스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만나볼 수 있는데, '다크나이트'를 통해 아이맥스 카메라의 장점을 파악한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처음부터 아이맥스 촬영 분을 늘려야겠다고 계획했다고 한다. 아이맥스의 장점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스케일을 가감 없이 그대로 가득 채운 캔버스에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 크리스토퍼 놀란과 촬영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해 보고자 했다. 실제로 '다크나이트'에 비해 단순히 아이맥스 촬영 분량이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노하우나 기술에서도 월등히 발전했기 때문에 이루고자 하는 바의 결과를 대부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굳이 3D가 아니더라도 영화를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직접 '체험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The End Of a Legend'에서는 이 전설의 삼부작을 함께 한 각 분야별 스텝과 배우들의 짧은 인터뷰를 담고 있다. 스스로가 자만이 아니라 자부심을 갖게 되었을 정도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광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으며, 그 인터뷰들은 대부분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 부가영상을 보며 새삼 느낀 바이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연출은 맡은 그를 비롯하여 각 분야별 최고 수준의 장인들이 자신의 최고 수준의 장기를 마음껏 펼친 결과물이 아니었나 싶다.





[총평]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이 작품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각각의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논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커다란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었으며, 이후 등장한 히어로 물은 물론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친 작품이 되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블루레이는 극장에서 느꼈던 그 떨림과 긴장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화질과 음질은 물론, 삼부작을 정리하는 동시에 이 작품이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소개하는 부가영상들로 쉴 틈 없이 흥미로운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다. 다양한 판본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가는 말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고는 말하고 싶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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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투페이스 2012.12.06 16:52

    비긴즈, 다크나이트를 너무 재밌게 봐서인지 라이즈는 실망했었는데요. 리뷰를 읽고나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12.12.06 19:27 신고

      반대로 비긴즈 - 다크나이트 - 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보시면 좀 더 흥미롭게 보실 수 있지 않으실까 생각되네요~

  2. Favicon of http://freeover.net BlogIcon 프리오버 2012.12.06 17:36

    정성스러운 리뷰 잘 봤어요 아이맥스에서 봤던 영화인데 리뷰를 다시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_^

  3. Favicon of http://zambony.egloos.com/ BlogIcon 잠본이 2012.12.06 19:08

    잘 읽었습니다. 부가영상이 헉 소리나게 만드는군요.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12.12.06 19:28 신고

      정말 각 분야의 장인들이 작정하고 신경 쓴 흔적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배부른 시간이었습니다~

  4. Favicon of http://ppayaji.tistory.com BlogIcon 빠야지™ 2012.12.07 12:17

    좋은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저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꽤 실망한 팬에 속하는 데요,
    영화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나오는 'CIA'라는 대사를 듣는 순간 판타지에서 현실로 강제 소환된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상상 속에 존재하던 고담시티가 현존하는 미국의 수 많은 도시들 중 하나로 편입되어 버리면서 다시는 배트맨 영화는 못 볼것 같습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5. 어린이의영웅 2012.12.07 17:56

    배트맨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모습을 보면서 어린시절 그대로의 감정을 회상하게 만드는 시리즈로 느껴졌어요. 리뷰 보면서 다시 생각 해보게 되네요. 친구들은 익숙한 이미지가 많아 흥미요소는 부족했다고들..

  6.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12.08 13:11

    정말 양질의 포스트 잘 읽고 갑니다.
    어렸을 때 부터 베트맨 스파이더맨 참 좋아하는데 (남자친구가 그 소리 듣고 질색을 했지만)
    비싼 돈 (?) 들여서 시리즈로 구입해놨는데 오늘 쉬는김에 한번 봐야겠네요.
    근데 손꾸락이 어디있죠 ㅠ.ㅠ 누르고싶은데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놀란의 배트맨, 이렇게 마무리 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이 '다크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완결되었다. 놀란의 배트맨 영화가 처음부터 삼부작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개인적 의문이 있지만 ('라이즈'를 보고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다시 본 결과 놀란은 분명히 '다크나이트'에서 종결 짓고자 하지 않았나 싶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분명히 '종결'의 의미를 가득 담은 성격의 작품이었다.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던 점은 물론 아쉬운 점들도 없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배트맨이라는 코믹스의 영웅을 완벽한 스크린의 영웅이자 현실의 영웅으로 만들어낸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감사의 인사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로 인해 몇 년간 기다림의 가치와 영화를 본다는 것의 즐거움을 새삼 즐길 수 있었기에...



(삼부작에 대한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배트맨 (크리스찬 베일)이 하비 덴트를 영웅으로 만들고 스스로 고담의 악당이 되버린 채 떠나버린 그 이후, 하비 덴트 법을 통해 더이상 배트맨이 필요 없어진 고담시를 배경으로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첫 번째 배트맨의 부제를 묘사하는데 그리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몇 대사들과 상황 묘사를 통해 지난 수년간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이 어떤 시간을 보내왔고, 고담시는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는 영화 인트로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베인 (톰 하디)이라는 캐릭터를 지체하지 않고 고담으로 끌어 들인다.



베인. 베인은 어쩔 수 없이 전편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는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캐릭터였는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중반까지 베인이라는 캐릭터는 충분히 조커와 비견될 수 있을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캐릭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라이즈'가 '다크나이트'와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베인이라는 캐릭터를 영화의 메시지와 결부시킨 정도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라이즈'는 '다크나이트'와 사실상 비교대상이 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작품은 메시지가 핵심이라기 보다는 그간 쌓아왔던 캐릭터, 감정,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는 것에 목적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베인이 중반까지 보여준 메시지의 힘이 마스크를 쓴 인상적인 외모나 특유의 발성이나 압도하는 근육질의 몸매보다도 더 강렬하게 다가왔었기에, 베인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다크나이트' 조커의 경우처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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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가 '혼란 (Chaos)'을 통해 메시지를 던진 경우였다면 베인은 좀 더 계획과 의지를 갖고 있었던 '혁명가'였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베인이 고담에 던진 이 혁명의 메시지는 '그냥 내가 도시를 지배하겠다'와는 달리, '고담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라는 것이었기에 여러가지로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담론이었다. 특히 증권거래소를 공격하고 그 과정 속에서 부자들의 돈 놀이를 비판하는 대사들이나, 이후 월가에서 벌어지는 혁명군과(사실 이때는 이미 혁명군으로 불리기에는 그 의미가 퇴색된 이후였지만) 경찰들과의 대규모 전투씬 들을 보며, 지난해 미국내 가장 큰 사회문제였던 1:99의 월가 시위와 연결지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인이 처음 고담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 이것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었다. 마치 매트릭스 속을 사는 것이 더 편한 사람들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좋은 결과를 내던 나쁜 결과를 내든 상관없이 누군가 혹은 자본이나 세력에게 지배 당하는 것에 불만 조차 갖고 있지 않은 시민들에게, '본래 네 것이었던 것을 이제 온전히 네게 돌려주마' 라고, '너희가 99%인데 왜 1%에게 지배 당하는 것에 대해 부당함을 이야기조차 하지 않느냐!'라고 외부적인 쇼크를 베인이 던진 것이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만약 베인이 던진 이 혁명과 질문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했더라면 전작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그랬던 것처럼 이 깨우침 (혹은 혼란)을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다크나이트'에서 두 유람선의 실험이 그랬던 것처럼)에 따라 더 큰 담론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 텐데, 꺼내어 놓은 주제에 비해 사실상 답을 하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만약 이 혁명을 영화에 주된 테마로 가져와 이를 두고 배트맨과 베인이 벌이는 극렬한 신념의 대립을 메인 테마로 가져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아마도 계속 남을 듯 하다. 이렇게 소모되기에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이라는 캐릭터의 비중은 너무도 컸고 매력적이었기에 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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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인이라는 캐릭터의 담론을 어느 정도 끌어 올린 시점에서 영화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인 블레이크 (조셉 고든 래빗)의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상 블레이크라는 캐릭터가 맨 마지막에 밝혀지는 '로빈' 이라는 풀 네임 때문에 단순히 '로빈'으로만 해석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블레이크가 지니는 가치는 단순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트맨 & 로빈'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로빈이 아니라고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한 편으론 마지막에 등장한 이 조크와도 같은 풀 네임에 대한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았더라도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블레이크의 존재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 자신의 자리를 대신 할 빛의 사도로서 믿고 선택했었던 하비 덴트와의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필요없는 고담을 꿈꿨던 브루스 웨인은 결과적으로 타락해버린 하비 덴트의 실패를 통해 수 년간 은둔하고 고담을 떠나다시피 했을 만큼 (레이첼에 대한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배트맨이라는 존재를 내려놓을 수 있었던 기회를 - 배트맨은 고담에 있어 필요악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 놓쳐버린 것에 대한 실망과 자책이 더 컸을 것이다) 타격을 받게 되는데, 그런 그에게 스스로 접근해 와 다시금 희망의 가능성을 갖도록 한 것이 바로 블레이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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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하비 덴트에게 자연스러운 이양을 하려다 실패했던 배트맨은 다시 한 번 블레이크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갖게 되자, 조심스럽지만 상당히 직설적인 화법으로 블레이크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동시에 더 확실한 메시지를 심으려 한다. 이미 블레이크가 브루스 웨인 = 배트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는데,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일 때도 배트맨일 때도 블레이크에게 지속적으로 고담시의 수호자로서 겪어야 하는 일들, 해야만 하는 일들 또한 감수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진심을 담아 이야기한다. 이미 레이첼을 잃는 경험을 했던 브루스로서는 아직 신념만으로 뭉쳐 열정적으로 달려드는 블레이크에게 '혼자 활동하려면 마스크를 써'라고 이야기하고 그것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임을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이라는 것이 고아라는 것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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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이 블레이크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이 정도면 정말 친절한 거라고 할 수 있다) 거듭 설명해주는 건 다시 말하지만 하비 덴트에 대한 아픈 상처와 자책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에서 블레이크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진실을 왜곡한 고든 (게리 올드만)을 강하게 질책할 정도로 정의와 신념으로 똘똘 뭉친 청년 (누가 이 열혈 경찰 좀 데리고 나가지 ㅎ)인데, 사실 이런 정의로움이나 신념으로만 따지자면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 역시 결코 뒤쳐진다고 볼 수는 없는 캐릭터였다. 그렇기에 이미 하비 덴트의 실패를 겪었던 배트맨은 이 신념만을 믿기보다는 (I Believe in Harvey Dent) 좀 더 구체적인 방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블레이크를 대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영화 속 블레이크 (새로운 고담시의 수호자)의 이야기가 로빈 혹은 또 다른 수호자의 '비긴즈'에 수록되지 않고 배트맨 삼부작의 마지막에 위치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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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전편에서 실패를 겪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신념에 관한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한 블레이크의 이야기가 그렇고 (알다시피 배트맨의 성격상 자신이 피곤하다고해서 그냥 고담시를 적당한 사람에게 맡기고 방관할 수 있는 양반이 아니다), 셀리나 카일 (앤 해서웨이)의 이야기가 그러하며 알프레드 (마이클 케인)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극중 캣 우먼으로 등장하는 (극중에서 실제로 고양이와 관련하여 그녀를 표현한 대사는 처음 웨인 저택에서 만났을 당시의 언급 밖에는 없다) 셀리나 카일과 배트맨의 관계를 보자면 결국 배트맨의 입장에서는 전혀 믿을 만한 위치와 관계에 있지 않은 셀리나를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길 정도로 믿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러닝 타임상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배트맨과 캣우먼 사이에 다른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것은 이 믿음이라는 테마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결국 배트맨의 믿음은 셀리나 스스로도 믿지 못했던 결과를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시리즈 내내 배트맨이 아닌 브루스 웨인을 믿어왔던 알프레드였기에 어쩌면 가장 필요할 때 떠나버린 그의 존재가 더 안타깝기만 했다.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함께 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도 알프레드의 진심을 의심하지는 않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알프레드가 끝까지 지키지 못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항상 자신보다도 더 자신을 믿어주었던 알프레드에 대한 브루스의 보답에 관한 이야기하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삼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서 '라이즈 (Rises)'라는 제목처럼 배트맨으로서나 브루스 웨인으로서나 완전히 일어서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자신을 항상 믿음으로 돌봐주던 알프레드에 대한 완벽한 보답으로, 그 알프레드가 믿음을 저버렸을 때 다른 방식이 아닌 바로 그 믿음으로 답하는 브루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영화의 구성과는 별개로 브루스를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에 진심으로 눈물 흘리며 그를 떠날 때, 그리고 브루스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알프레드를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찡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마이클 케인이 연기한 알프레드 캐릭터의 묘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브루스 웨인과 알프레드의 관계를 단순히 아버지와 아들 '같은' 관계가 아니라 어쩌면 토마스 웨인이 채워주지 못한 부분들까지 든든하게 지원하는 아버지보다도 더 가까운 관계로 그리면서, 배트맨 영화의 또 다른 담론과 감정선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선이 드디어 폭발한 이 작품에서 알프레드가 눈물을 흘릴 때 나도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삼부작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인 신념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또 다른 테마인 자경단에 관한 이야기 역시 풀어낸다. 자경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주제인 '감시하는 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담론을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결국 이 거대한 권력을 쥔 자가 타락하거나 혹은 한꺼번에 힘(권력)을 빼았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어떠한가?'라는 화두로 가져와 후자의 경우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 가운데 역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면 배트맨의 모든 기술과 무기를 만들어내던 응용과학부서를 베인이 통째로 갖게 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가장 큰 위험으로 작용한 신에너지의 핵폭탄화 역시 이 같은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 초반 만약 악당들이 이 힘을 얻게 될 경우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데, 그럴 경우를 대비해 침수해 폐기하도록 되어 있다는 장치를 설명하지만, 이것 또한 힘을 가진 자의 자만이었다는 것을 영화는 그대로 보여준다).

 

'다크나이트'에서도 그랬지만 (마지막 조커의 위치를 찾기 위해 고담 시민 전체의 휴대폰을 감청하는 반인권 방식을 택했지만, 조커라는 위험을 제거하고 나서는 이 시스템 자체를 폐기시킨 것)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주제를 묘사하는 데에 있어 확실히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는 양날의 경우를 모두 인정하는 입장을 취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특수성으로 인해 완벽한 중립에서기 보다는 좀 더 필요악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편에  더 기울어 있지 않나 싶다. 앞서 이야기했던 '다크나이트'의 휴대폰 감청 시스템도 그렇고 (폐기하긴 했지만 사용했으니. 폭스였으니까 이번만 합니다 라고 했지 블레이크였다면 절대 수긍하지 못했을 것이다 ㅎ),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결국 배트맨이 필요 없어진 고담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배트맨 아니 또 다른 어둠의 기사를 키워낸 것으로 마무리 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놀란의 영화는 물론,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텍스트 자체가 바로 이 완전하지 않은 것 때문에 가장 흥미롭고 여러가지 다른 담론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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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트맨 비긴즈'를 다시 보고 쓴 글(배트맨 비긴즈 다시보기 - 공포를 극복하고 배트맨으로 태어나다)에서도 이야기했 듯이 '배트맨 비긴즈'의 주요 테마는 '두려움' 그리고 '극복'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이와는 어쩌면 전혀 상반되는 주제를 담고 있다. 바로 두려움의 극복이 아닌 '인정' 이다. 브루스 웨인은 부모를 잃은 상처와 그로 인한 복수, 그리고 어린 시절 동굴에 떨어져 겪었던 두려움과 박쥐 등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면서 진정한 배트맨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극복의 테마는 고담을 어지럽히는 악당들을 모두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으로도 표현되는데, 이러한 갈등은 조커와 하비 덴트의 일을 겪은 뒤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그저 보지 않으려 한 것 뿐). 하비 덴트 법이 무너지고 베인이라는 고담의 커다란 재앙이 다가오자 브루스는 다시 한 번 '고담에는 배트맨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생각으로 고담시에 나타나 베인과의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베인에게 부러지고 난 뒤 감옥에 떨어지게 된 브루스 웨인은 여기서 극복이 아닌 두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깨우침을 얻게 된다.

 

즉,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해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감옥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떨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인정함으로서 표면적인 감옥에서는 물론 오랫동안 브루스 웨인을 짓누르고 있던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트맨 비긴즈'에 등장했던 토마스 웨인의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면 돼'라는 대사는 역시나 의미심장하게 쓰이고 있다. 일어나라 (Rises)라는 죄수들의 외침과 함께 말이다). 이제 두려움을 인정하고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배트맨은 혼자 다 해결할 수는 없음을 인정하고 셀리나에게 믿음으로서 역할을 부여하고, 배트맨으로서 산화하는 것이 아니라 브루스 웨인으로서 살아 남는 것을 택하였으며, 자신의 자리를 다른 이에게 물려주는 것 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은 브루스 웨인이라는 인물이 트라우마를 겪고 또 싸우고 결국에는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이야기를 그렸다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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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제(?)의 캐릭터인 탈리아 알굴에 대해서 조금만 이야기해보자면, 사실 누구나 그녀가 탈리아 알굴 일 거라고 많이들 예상했었기에 그녀가 스스로 '내 이름은 탈리아야'라고 했을 때 극중 배트맨 만큼 놀라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건 놀라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로 인해 베인이라는 멋진 캐릭터가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누구보다 '순정마초'스러운 이야기에도 쉽게 동화되는 편이지만 베인은 한 여인을 향한 충성에 가까운 애정보다는, 혁명가로서 더 깊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캐릭터였기에 이렇게 탈리아의 정체와 함께 한 방에 (실제로도 한방에 ㅠ) 무너져 버린 것이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이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는 몇 가지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이야기와 캐릭터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갑은 역시 탈리아 알굴이었다. 놀란이 마무리해야할 배트맨 이야기에 탈리아의 자리는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에필로그에 가까운 엔딩 부분. 이 작품이 종결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 엔딩 부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놀란의 영화치고는 너무도 직설적이고 친절하게 하나 하나 논란의 여지 없이 정리하는 마무리에 사실은 조금 놀라기도 했을 정도였다. 블레이크의 부상 (Rises), 알프레드가 복선으로 깔아놓은 이야기로 정리되는 브루스 웨인의 미래는 사족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 작품이 '다크나이트'와는 달리 최소한 바로 이어서 4편을 기대할 수는 없도록 완전히 종결지어야 하는 의무를 수행해야 했다고 보았을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신파스러운 장면에서도 위엄을 만들어 냈다 (물론 더 위엄있는 마무리를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여지가 남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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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전 '인셉션 (Inception, 2010)'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얘기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놀란의 영화를 보며 이야기의 구조나 구성 등에 대해서만 주로 언급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감정적인 부분을 이끌어 내는 데에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셉션'에서는 꿈 속의 꿈이라는 구조를 영화적으로 기가 막히게 표현해 낸 것도 물론 좋았지만 아내를 잃고 아이들을 그리워 하는 코브의 이야기가, 그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감정적으로도 공감되고 마음이 흔들리는 작품이었다. 이번 '다크나이트 라이즈' 역시 시리즈 내내 그 곳에 서 있었던 알프레드의 눈물을 보았을 때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고, 브루스 웨인이라는 캐릭터가 배트맨을 거쳐 다시금 브루스 웨인으로 돌아가게 된 과정에서 오는 고통과 깨달음, 결심을 보았을 때 액션이나 볼거리, 이야기적인 흥미 때문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동요되는 것을 또 한 번 경험할 수 있었다. 좀 가볍게 얘기해서 '고담 밖에 모르는 바보'의 이야기가 그냥 흥미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고통과 갈등이 한 알 한 알 느껴진 덕분에 가슴 깊이 흔들려 결국 소름과 동시에 울컥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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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시 생각해보아도 액션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의 범주 내에서, 특히나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작품에서 감독 자신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철학을 이 정도로 과감하고 자신감 있게 표현해낸 것이야 말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싶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으로 그러하였듯,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를 통해 그러했듯,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 만의 비전으로 전 세계 누구나 아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자신의 영화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짓게 만드는 놀라운 일을 해냈다. 이 삼부작에 참여한 주요 배우들은 모두들 하나 같이 이야기한다. 더이상의 배트맨은 없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다면 출연할 의지가 있다.


나 역시 언제라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배트맨 이야기로 다시 돌아온다면 만사를 재쳐두고 극장으로 향할 의지가 있다. 아..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1. 그냥 담론에만 집중해서 쓰다보니 액션, 한스 짐머의 영화 음악, 트리비아와 영화 속에서 발견한 인물들과 소소한 설정 들에 대해서는 아예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는데,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보고 짧게 정리해 봐야겠네요. 아이맥스로만 2번 관람했는데 이번에는 메가박스 M관의 4K로 볼지 아님 아이맥스로 한 번 더 볼지 (행복한) 고민입니다.


2.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두 번째 보고 온 날 집에오자마자 '다크나이트'를 다시 보았어요. '라이즈'를 보니 더 더욱 '다크나이트'가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아, 물론 아직 '비긴즈'를 다시 보시지 않았다면 이게 무조건 우선입니다.


3. 아직 기다림이 다 끝나지는 않았군요. 블루레이 발매를 또 기다립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본문에 사용된 모든 스틸컷/포스터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모든 이미지의 권리는 Warner Bros. 에 있습니다.


 


 


  1. THE BEATZ 2012.07.24 13:40

    역시나 공감가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7.24 22:49

    리뷰 잘 읽었습니다.
    블레이크와 카일은 그냥 잉여캐릭인줄 알았는데 이런 의미가 있군요.
    개인적으로도 참 베인이 아깝네요.

  3. 익명 2012.07.24 23:41

    비밀댓글입니다

  4. Favicon of http://jovovichi.blog.me BlogIcon Neo Sun 2012.07.25 11:33

    기다리던 아쉬타카님의 리뷰였습니다. 울트라,사자왕,레드써니님과 함께 가장 듣고싶었던 리뷰중의 하나였고요.
    역시 무리하지 않으시면서도 담담하게 크리스놀란감독의 삼부작을 잘 정리해주셨네요.
    저또한 놀란감독에게 무한호감을 보내는 이들중 한사람이지만, 몇가지 점에 대해 같이 얘기해보고 싶은점이 있습니다.

    우선 말하고 싶은점은, 이 삼부작을 사람들이 말할때에 항상 놀란의 '제작의도' '그의 철학' 등을 심도있게 얘기하지만, 단순하게 '거대한 비쥬얼의 액션영화'로서의 '디테일과 개연성'에 대해서는 상세히 말하는 것을 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흡사 그게 터부시되기라도 하는 분위기 속에서 말이죠. '이러한 대단한 구성,의도,철학의 현실화 앞에서는 '그깟' 비쥬얼이나 액션영화로서의 개연성결여 따위는 '무시'해도 상관없다.' 라고 하는것처럼 말이죠. 아무리 대단하고 화려한 대저택도 그재료와 마감과 디테일한 조립상태가 미흡하고 불량하다면, 그걸 '걸작'이나 '마스터피스'라고 말할수 있을까요. 전 개인적으로 메멘토의 브레인스토밍과 인셉션의 철두철미하고 치밀함같은것을 바랬는데요.
    지나치게 놀란 그자신의 '말하고자 하는바=철학같은것'에 집착한 나머지, '액션영화'자체로서의 '몰입할수 있는 요소'들을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중 주요한 부분이라고 제가 생각하는 것은 베인의 지나치게 '범사회적이고 비현실적인 범죄동기'와 그와 똑같은 정도로 '오지랖넓고 설득력 부족한' 배트맨의 '번뇌의 동기' 입니다.
    제 리뷰에도 한참을 질타했고 아쉬타카님의 리뷰에서도 말씀하신 '고담시를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라는 그의 '모토'는 정말 '전혀!!!' 좌석에 앉아있는 저를 포함한 관객들에게는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쉬타카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제생각에는 저정도로 '표현되는' 악의 아이콘이 단지 1프로에 억압되어 사는 99프로의 시민들의 혁명봉기를 위한 인물이라고 관객들이 인정하기엔.. 그 인물에 대한 과거와 당위성이 그로 인한 설득력을 충분히 저희에게 던져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로 그부분 '도시를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는 베인도시장악 이후에 보여지는 (당연한 결과겠지만) 무정부 아노미 상태의 도시의 풍경에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식료품을 배식받고, 흡사 우리나라 6.25때처럼 인민재판을 언제받을지 모르는(최하급계층인 노동자와 부랑자 이외에 그누가 그대상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수 없지 않을까요?) 이런 현실을 과연 시민들은 '돌려받은 도시'라고 생각하고 행복해 할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베인의 '돌려준 도시'의 발언과는 별개로 '시민중의 한사람이 핵폭발단추'라고 언급하며 시민들의 이기심과 공포를 이용하여 도시에 '강제수용'하며, 실제로는 결국 시한부인생(시한폭탄)으로 이미 결정지어놓은 베인의 행각은... 그의 그 고상한 '범죄동기'와는 가증스럽게도 일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탈리아알굴과 베인의 '핵으로 고담 잿더미화' 또한, 관객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별로 설득력과 몰입도를 안겨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미 쓴 글이지만, 이부분에서 설사 핵으로 고담이 재로 변한다해도 관객입장에서는 'so what?' 정도의 공감이상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좀더 치열하고 처절하게 그리고 치밀하고 용호상박으로 선과악을 구별지을수 없는 한계에까지 다다른 두 주인공이 격돌하는 장면을 관객은 더 원할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동기의 공감대결여'는 배트맨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가 배트맨을 계속하든 더이상 지쳐서 누구한테 물려주든, 그 고민자체는 관객에게 그의 눈으로 베인과 고담을 바라보도록, 그의 감정과 심장박동에 동화되도록 하는 그런 강력한 공감은 결코 주지 못합니다.

    이런 점들이 아무리 후반부에 비쥬얼과 액션으로 달려도 쉽사리 두 주인공에게 몰입과 일인칭시점화가 쉽게 되지 못하는 요소입니다.


    또 그밖에 이런 시리즈사상 가장 강력하다고 보여지게 홍보한(?) 베인과 배트맨의 격돌부분을 단순히 '물리적인 힘'의 우위로서만 관객들에게 설득시키려고 한 놀란의 시도이고요.

    나머지는, 뭐 저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비중이 큰 주요한 액션이나 비쥬얼 신 등에서의 해당신에 대한 '당위성' '개연성' '몰입도'의 부족함. 입니다. '마이클만'과 '리들리스캇'의 작품들을 베이스로 이시리즈를 시작한 놀란감독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리들리스캇'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마이클만'적인 마인드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낄만큼 그런 신들에서의 '몰입도'는 함량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웨인의 지하감옥 탈출기는 너무 '뻔뻔스럽고', '개연성전무'상태의 상황이라 말하기도 그렇고요.(감정적인 부분이 탁월하다고 해서 디테일한 당위성을 개무시해도 되는건 아니니까요.). 또한 후반부 몹전투신은.. 참.. 준비기간 8개월, 엑스트라 1만2천명이라고 놀란감독이 자랑한 사실이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기타 부분적인 액션신에서의 디테일한 헛점들은 백보 양보해서 '그럴수있다'라고 친다고 해도, 리뷰를 쓰시는 분들이나 제가 경외해 마지않는 놀란감독의 다른 탁월한 부분들을 이런 헛점들이 결국 상당히 '깎아먹고' '침식한다'는 점은 그누구도 부정할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작품을 관통하는 그 문제의 칭찬받는 '메인주제'가 제가 보기엔 너무 지나치게 부각,강조되는 바람에 놀란감독이 그 공들였다는 대단한 액션신들(8개월을 준비했다는 후반부 몹전투신, 경기장폭파 및 도시폭파신, 더배트, 비행기납치신)등은 작품자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게 아닌, 그 액션신들만 뚝 떨어져 나와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데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전반부의 비행기납치와 중반부 배트맨격파후의 베인의 그느낌과 분위기에서.. 좀더 '개인적으로' '철두철미하게' 배트맨의 '처절함'을 끌어냈더라면 위에 언급한 대단한 액션신들과 더불어 역대최강의 '악역'으로 등극할수 있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전 '사회혁명가'베인이 아닌 '절대악이길 바라는' 베인을 바라고 보러온 거니까요.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12.07.25 20:20 신고

      먼저 부족한 글을 기다려주신 점, 또한 정말 정성스러운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저의 기본적인 입장은 옳고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이기 때문에 어떤 의견도 의미가 있고 각자가 느끼는 바에 따라 누군가는 정말 좋았던 부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실망스러운 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다크나이트 라이즈'만 놓고 보자면 아쉬운 점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며 그것이 놀란 감독 작품이기에 더욱 그러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놀란 영화가 철학이나 감독의 의도에 대해 언급이 많이 되는 이유는, 말그대로' 상대적'인 점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쥬얼, 액션 등 기본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사실 할 얘기가 많고 실제로도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무언가 철학과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부각되다보니 그런 분위기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베인의 혁명은 분명 더 뻗어나가거나 깊이를 가질 수 있었는데, 시리즈를 완결해야한다는 영화의 다른 운명 때문에 정리되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가장 큰 아쉬움을 느꼈고요. 물론 어디까지 공감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를 수 밖에는 없지만, 전 기본적으로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는 물론 배트맨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항상 이 권력과 힘 (자경단)의 논쟁을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느 정도 구체적인 설명없이도 받아들여진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모든 영화가 관객마다 다를 수 밖에는 없는 것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말씀해주신 '공감대'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저는 비교적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는 편이지만 (여린 공감대를 갖고 있죠 ㅎ), 반대로 공감하지 못했을 경우라면 그 이후 진행되는 모든 것들에 있어서 엇나갈 수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어떻게 척추가 부러졌는데 그런 정도로 다시 회복되나?' '도시가 봉쇄되었는데 브루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담으로 돌아왔나?' '블랙게이트를 해방했다면 분명 아캄을 그냥 놔뒀을리 없는데 그 안에 갇혀있던 주요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나?' '크레인은 어떻게 나왔나?' 등등 사실 완벽한 내러티브를 따지고 들자면 헛점이 많은 영화인데 저 개인적으로 자꾸 의도나 메시지, 혹은 마무리로서의 역할을 얘기하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을 다 담았다고 가정한다면 오히려 영화가 자체가 완전히 길을 잃거나 방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를 가지고 이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 놀란의 영화에 박수를 보낸다로 마무리를 했구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만약 베인에게 기대한 부분이 '절대악'이었다면 여러가지로 엇나가는 작품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배트맨이 '절대선'이 아닌 것처럼 배트맨 세계의 악당이라 불리우는 존재들은 절대악이 모두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자의 논리가 깊은 캐릭터를 기대했었고, 베인이 그 기대를 초반에는 충족시켜주었으나 마무리가 허무한 점이 있어서 아쉬운 편이었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분명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여지가 그의 전작들에 비해 더 많은 작품이었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너무 정성껏 의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5. Favicon of http://jovovichi.blog.me BlogIcon Neo Sun 2012.07.26 10:03

    왓.. 이리 장문의 답글을 주셔서 너무 저도 감사드립니다. OTL
    실은 너무도 여러모로 기대를 했다가 실망한 작품이라 관람후 여러 파워블로거님들 리뷰를 보며, 제가 무언가를 놓쳤나 아니면 관점이 제가 너무 편협한가 하며 다니던 중에, 아쉬타카님 말씀대로 '여러 관점'을 존중하시고 모든 영화를 객관적으로 냉철하고 보신다고 생각했기에... 글을 쓰다가 저리 길어져 버렸습니다.(제 습관이죠..- -)
    여튼, 답글주신걸 찬찬히 읽어보니 제 관점에 대한 헛점이나 놓친부분에 대해 여러모로 알게 되었고요. 좀더 다양한 관점에서 한 작품을 볼수 있게 된것 같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말씀하신점 다시 잘 추스려담은 상태에서 조만간에 2차관람을 가려 합니다.
    그후에 느낀점을 또 다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저도 맘에 들면 십수번도 더 보는게 제 습관이라서요..
    블레이드 러너처럼..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시원하게 지내셔요..
    항상 좋은글 덕분에 많이 배우고 생활의 작은 행복이 되고 있습니다. ^^

  6. Favicon of http://mcdasa.cafe24.com BlogIcon mcdasa 2012.07.26 10:42

    저는 대낮에 배트맨이 싸우는 장면이 너무 좋았습니다. 대규모 전투신.
    고담의 모든 경찰이 배트맨이 되는 장면이니까요. 제목인 Rise를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블루레이 박스세트 나오겠죠?

  7. 하모니 2012.08.03 16:17

    우르릉 꽝 하는 쾌감을 줄듯했으나. . .우르릉 퐁~~ 그런느낌의 영화입니다. 대작이지만 끝마무리에 만족한 관중은 얼마 없을듯 하네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쓸쓸한 공기를 머금은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해



르카레의 원작 소설 팬들에게는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되는 바였겠지만, 역시나(?) 원작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렛 미 인'을 연출한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신작이라는 사실과 게리 올드만, 톰 하디, 존 허트, 콜린 퍼스, 토비 존스, 마크 스트롱, 시아란 힌즈 그리고 최근 셜록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는 출연진에 도대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스파이 영화라고 했을 때 혹자는 '누가 스파이인가?'를 찾아내는 반전 영화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이하 TTSS)'는 결코 '범인이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냉전 시기 유령처럼 활동하던 스파이라는 존재를 작전의 역동성이나 활동성으로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한 스파이가 조직 내의 이중 스파이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스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 시대의 산물인지를 그 시대와 함께 아주 덤덤하게 그려낸작품이었다. 많은 스파이 영화와는 달리 그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애잔한 시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야 말로 TTSS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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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혹은 쫓겨난)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 (게리 올드만)는 조직 내에 스파이를 찾아내라는 명령을 받고는 조용하고 빠르게 이중 스파이를 찾아나선다. 영화는 스마일리가 이중 첩자를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기는 하지만, 그것 보다는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조지 스마일리로 대변되는 스파이라는 존재에 대한 묘사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쓴다. 그의 회상을 통해 그 동안 이 인물들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를 묘사하는데, 이것 역시 양면의 활용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가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역시 '스파이'와 '세계' 그 자체다. 사실 나도 영화 감상 초반만 해도 일반적인 스파이 영화를 볼 때처럼 온몸에 감각을 최고로 곤두세운 상황에서 모든 단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는데, 점점 영화가 전개될 수록 단서보다는 '공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영화는 클래식한 당시를 디테일하고 고풍스럽게 묘사하면서도 톤을 다운시켜 전반적으로 마치 추운 겨울 입 밖으로 내뱉는 차가운 입김처럼 싸늘한 공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서늘함은 곧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연결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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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영화 정말 쓸쓸하다. 영화 속 스파이들은 같은 편에 서있던 그렇지 않던 철저히 혼자라는 느낌을 관객은 받게 된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자신들이 스파이로서 이러한 외로운 존재라는 점을 그들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듯 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이 어떠한 이유로든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사력을 다해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기 보다는, 마치 이 외로움을 누군가 끝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들이 내 뿜는 공기는 주변의 것보다도 차가워 보였고, 홀로 남겨진 그들의 눈빛은 누구보다 애처로워보였다. 시종일관 이러한 분위기를 머금기만 해오던 영화는 종종 이를 분출하기도 한다. 주변을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어쩔 수 없이 연인과의 관계를 마무리하고 연인이 떠난 뒤 홀로 오열하는 모습이나,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죽음으로 종결시켜주길 바라는 이나 그런 연인의 바램을 들어줄 수 밖에는 없는 이의 '눈빛'은 다른 스파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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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 마찬가지로 스마일리가 이중 스파이를 찾는 과정은 마치 자신이 걸어온 스파이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되짚어가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역시 스마일리가 카를라(칼라)와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를 본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명장면으로 꼽는 이 장면은 회상 장면임에도 플래시백 없이 그저 현시점에서의 대화만으로 묘사되는데, 그럼에도 이 장면은 가장 소름돋는 '회상' 장면이자 간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이 대화, 아니 회상 시퀀스에도 역시 TTSS만의 쓸쓸한 정서가 담겨있는데, 단순히 경지에 오른 강호의 고수가 또 다른 고수에게 보내는 존경의 마음이 아닌, 냉전이라는 시대가 만들어낸 스파이라는 세계에서 서로를 인정함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아주 함축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그로 인해 영화가 시종일관 말하려고 하는 '스파이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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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된 것에는 역시 스마일리를 연기한 게리 올드만의 영향이 컸다. 게리 올드만이라는 배우에게 연기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그는 조지 스마일리를 통해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리뷰 중간중간 포함된 스틸컷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게리 올드만이 창조한 '조지 스마일리'는 절제로 가득 덮혀 있음에도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 글에서 여러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냉전의 시대보다도 더 차갑고 쓸쓸한 스파이라는 존재를 묘사하는데에 있어 스마일리의 그 표정없는 얼굴은 정말 효과적인 거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이미지도 잘 어울렸다. '셜록'과는 묘하게 차별되면서도 이미지로서 전달하는 바가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콜린 퍼스는 주연으로 홀로 나설 때보다 이렇게 여러 캐릭터에 섞여 있을 때 더 큰 매력을 발산한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고, 마크 스트롱의 그 눈빛은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못 잊을 이미지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비중은 별로 많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와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로이' 역의 시아란 힌즈의 이미지도 인상적이었으며, 톰 하디와 존 허트, 스티븐 그레헴 등 좋은 배우들의 멋진 이미지가 영화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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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일반적인 영화가 스파이를 그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선택함으로서, 오히려 가장 스파이 영화다운 작품이 되었다. 이던 헌트가 활약하는 스파이 영화도 좋지만, 조지 스마일리가 활약하는 스파이 영화도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다.



1. 



엔딩에 흐르던 훌리오 이글레아시스의 'La mer'는 정말 정말 탁월한 선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지금까지 도대체 몇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2. 보통 원작이 있는 영화는 영화를 보고나면 크게 다시 찾아보고픈 생각이 들지 않곤 하는데, 이 작품은 원작을 찾아보고 싶어졌어요. 기회가 된다면 BBC에서 제작한 알렉 기네스 주연의 TV시리즈도요.


3. 색감과 질감에 반한 탓인지 블루레이 출시를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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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 (Warrior, 2011)

오랜 문제 해결의 과정, 격투기는 거들 뿐



'인셉션'의 흥분이 아직 남아있을 때 들려온 톰 하디 주연의 '워리어'는 분명 기대작이었다. 톰 하디 라는 배우에게 이제 막 빠져들고 있을 때이기 때문이었고, 해외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장을 찾으려고 했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국내에서는 무려 20분여가 잘려나간 버전이 상영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래도 볼까? 했었으나 결국 극장에서 볼 기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놓치고 이제서야 IPTV를 통해 보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imdb에 나와있는 런닝타임은 140분이고, 올레TV에는 133분으로 나와 있는데 막상 보니 엔딩 크래딧이 시작부분에서 바로 잘려 있었다. 엔딩 크래딧의 길이를 감안하면 거의 비슷할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140분 버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쨋든 이런 작은 곡절 끝에 보게 된 '워리어'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에너지 넘치고 강렬한 전율의 영화였다. 그리고 격투기 영화라기 보단 결국 가족에 대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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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 이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는 UFC와 같은 격투기를 중심으로, 그 선수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만 예상했었다. 아니면 미키 루크 주연의 '더 레슬러'와 같은 영화가 아닐까 했었다. 물론 '더 레슬러'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그것 보다는 사라져가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헌사가 더 중심이었던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워리어'는 철저히 격투기를 배경으로 사용하면서 그 안에 가족과 얽힌 문제에 대해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일단 한 남자가 아니라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생 토미 (톰 하디)와 형 브렌든 콘론 (조엘 에거튼)은 형제이지만 어린 시절 부모의 잘못 탓에 큰 상처를 받고 서로 떨어져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영화는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데 그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기인하였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부모와 자식 간은 물론, 두 형제 간에도 좁혀지기 어려운 깊은 상처가 생겼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 아물 것 같지 않은 깊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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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는 바로 이 문제 해결 과정의 주된 방법으로 '격투기'를 활용하고 있다. 즉, 인물들이 갈등을 겪고 대화를 하고 논쟁을 하는 드라마적 방법 대신에 두 남자가 각자의 이유 때문에 초대형 격투기 대회 '스파르타'에 뛰어든 것과 그 대회를 통해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격투기 영화의 측면으로 보았을 때는 조금 허무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격투기계의 초대형 이벤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너무 쉽게 결정되는 승부나 너무 빠르게 전개되는 탓에 스포츠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승부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또 여기에 있다. 말이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거나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처를, 이 영화는 이 짧다면 짧은 격투기 대회의 과정을 통해 마법 같이 치유해 낸다. 보통 주인공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갖고 있는 영화에서, 더 나아가 '워리어'처럼 1:1로 결승전에서 겨루게 되는 스포츠 영화라면 더더욱 둘 중 누가 이기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 영화는 이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 승패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굉장한 전율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승부세계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 때문이 아니라, 상처 치유의 과정이었다는 점이 이 영화에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그 전율에, 그 에너지에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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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톰 하디는 정말 몸을 제대로 만들었더군요. 그 어깨란 ㄷㄷㄷ

2. 격투기 관련 영화라 관련 인물들이 여럿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은 듯 하더군요. 제가 알아본 선수는 라샤드 에반스가 ESPN해설가로 잠깐 등장한 것 정도.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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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숫도르 2012.01.16 20:28

    라샤드에반스도 나왔지만 어제 경기로 ufc에서 퇴출된 엔소니존슨과 그앞전에 퇴출된 네이트 마쿼트도 나오죠 그중 레플리는 현재 ufc에서는 보이질않구 있구요

  2. Favicon of http://thejazz.tistory.com/ BlogIcon 강건 2012.01.18 15:09

    대중들에게 애써 다가가려하지 않은것이 대중들에게 오히려 진정성있게 다가온 케이스 인거 같네요. 자기 진정성을 지키면서 대중들이 좋아해준다면 그보다 더좋은건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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