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두 번째 싱글 'ATOMOS PART SECRET' 발매기념으로 열린 서태지의 콘서트에 갈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요즘 경제사정도 사정인데다가 신경 쓸 일도 많아서 서태지의 (난 누구보다 오래된 서태지의 팬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장'이라고 부르기는 좀 닭살스럽더라;;) 이번 콘서트는 애초부터 가려고 생각조차 하질 않았었는데, 3월 14일 생일을 맞아 여자친구에게 뜻하지 않은 티켓 선물을 받게 되었고, 너무 비싼 가격과 공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예매한 탓에 비교적 앞자리는 아니었던 스탠딩 번호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췩소하려 하였으나 이미 취소가능 시간은 과거가 된지 오래;;; '그래, 그냥 보는 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태지 공연인데!' 하며 보게 되었던 이번 콘서트. 개인적으로는 예전 'Zero'투어 때 라이브를 보고 못 보았으니 상당히 오랜만에 서태지의 라이브 공연을 보게 된 것이었는데, 아.....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뼈속 까지 서태지 팬인 내가 왜 이 티켓에 가격 따위를 논했던 것일까. 공연은 그 자체로 감동. 마치 화법 학원을 다니는 듯 멘트의 비중이 상당해진 서태지의 (준비해온) 멘트들에 또 한번 감동. 그리고 '웜홀 (Whomhole)'이라는 공연 제목 답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예전 곡들도 만나볼 수 있었던, 정말 최고의 공연이었다.




공연장에 3시간 쯤 전에 도착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길 오래. 드디어 입장이 시작되었고, 입장해서도 역시나 기다림을 겪은 뒤에야 오늘의 게스트인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라이브를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실제로 공연장의 분위기는 그들의 음악을 아는 사람보다는(정확히는 퍼포먼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듯 했다. '싸구려 커피'의 랩핑이 나올 땐 이 곡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만 보일 수 있는 그 반응이 터져나왔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안무와 미미 시스터즈가 등장했을 때도 이런 반응이 나왔다. 뭐랄까, 전반적인 분위기는 드디어 말로만 듣던 장기하의 무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달까. 장기하는 위의 두 곡과 함께, 신보에 수록된 '아무것도 없잖어' '별일 없이 산다'를 불렀는데, 개인적으로는 '별일 없이 산다'가 그리도 신나고 거대한 곡인 줄은 정말 몰랐었다. 음반으로 들을 땐 그런 생각까진 하지 못했었는데, 실제 라이브로 들으니 올림픽 홀이라는 콘서트홀과도 잘 어울리고, 엔딩곡으로도 잘 어울리는 제법 큰 곡이었다. 특히 준비해온 컴백홈 댄스를 후반부에 곁들이는 센스까지! 여튼 이번 기회로 많은 태지 팬들이 장기하와 얼굴들의 팬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두 번째로 등장한 게스트는 '피아'. 피아의 무대는 여러 록 페스티벌이나 아니면 서태지 공연의 게스트로 이미 여러번 접했었는데, 다른 무대보다 서태지의 게스트로 설 때가 좀 더 '자연스러운듯(?)'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에 사로잡혔던 터라 이 타임에서는 체력비축의 시간을 가졌다.




피아의 무대가 끝나고 어느 정도의 준비시간이 지난 뒤 드디어 막이 열리며 등장한 서태지 밴드! 첫 번째 곡은 이번 싱글에 수록된 'Juliet'이었다. 사실 이후 'Coma'를 들을 때도 그랬지만 확실히 음반으로 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단순히 공연장에 분위기에 휩쓸려 흥분된 상태라 그랬다기 보다는 라이브로 듣는 곡들의 느낌이 훨씬 좋았고 이 느낌은 다음 곡인 'Bermuda [Triangle]'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Juliet'이랑 'Coma'는 아직 곡도 다 외우기 전에 라이브를 접한 경우였는데, 라이브로 들으면서 곡을 더 효율적으로 배운 경우랄까. 'Juliet'에서의 태지의 보컬은 더욱 여린 부분이 강조된 미성이었는데, 예전과 비교해서 (로미오 컨셉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ㅎ) 좀 더 가녀린 목소리였다. 'Bermuda [Triangle]'같은 경우는 이미 매우 익숙한 곡이라 신나게 동참할 수 있었는데 확실히 음반으로는 이미 질릴 정도로 들었던 곡이었지만(안 그런 태지 곡이 어디있겠느냐만은) 라이브로 듣는 곡은 역시 틀렸다. 굉장히 섬세한 드럼 리듬과 태지의 보컬도 좋았고. 이미 이 두 곡만으로도 웜홀에 심하게 빠져들어 버렸다.

그 다음은 'Heffy End' 였는데, 라이브에서 이 곡이 그리도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들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 바로 뒤에 이어진 '로보트'와 더불어서 가사가 갑자기 뇌리 속에 박혀와서 살짝 울컥하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이 앨범을 통해 가장 좋아하는 곡들이었던 이 두 곡을 오랜만에 들으니 감회도 새롭고. 얼마나 크게 노래를 따라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로보트'의 후렴구는 정말 목청이 터져라 따라 불렀던 것 같다. '로보트'가사는 정말 왜 이리 슬펐는지. '축복된 인생에 내가 주인공은 아닌가봐' 이 부분 ㅠ



사진출처 - 서태지 컴퍼니

그 다음 곡은 이 날 공연 중 가장 인상적인 곡 중 하나였던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수록곡 '이제는'. 태지는 '이제는'을 부르기 전에 설명하면서 예전 인형 매고 나와서 코 만지고 그러던거 생각나냐며 얘기했는데. 아, 정말 그 때가 떠올랐다. 그 1집 콘서트 비디오는 얼마나 많이 보았는지 모를 정도로 외웠었는데(심지어 밤 중에 몰래 비디오 가게에 붙어있는 공연 포스터를 떼어오기도 했었다), 그 얘기를 서태지가 직접 하니 그 때도 떠오르고, 그 당시의 마음도 떠올랐다. 태지는 또 그 때가 17년 전이라는게 믿겨지지 않는 다고도 했는데, 정말 십 1,2년도 아니고 17년 씩이나 된 일인지 나도 그제야 세어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기하처럼 친구 두명과 서태지와 아이들 장기자랑을 했던게 벌써 17년 전이라니. 여튼 '좋은 너를 위해서'라는 말로 시작된 '이제는'은 그래서 더 감동이었다. 팬들도 차마 따라부르지 못하고 감회에 젖는 팬들이 많았었고. 태지도 유난히 그 때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 내 마음도 울적해졌다.

그 다음 곡은 'TAKE 5'였는데, 역시 이 곡의 하이라이트는 점프! 그래도 14일날 왔던 매니아들보다는 박자를 잘 맞춘다는 칭찬을 들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팬들은 역시나 직접 만들어온 노란 종이 비행기를 날렸고 태지가 그 중 하나를 직접 잡아서 다시 날려주기도. 그 다음 곡은 '10월 4일'이었는데, 아주 작정하고 '첫 사랑을 생각하면서 만든 노랜데요' 하며 굳이 이유를 다시 끄집어내서 팬들의 질투를 유발시키려는 태지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ㅎ 그리고 베일에 쌓여있던 세션 기타에 소개도 있었는데, 여성 팬들은 여기저기서 잘 생겼다며 수근거리기도 ㅎ 여튼 차분한 분위기에서 '10월 4일'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 다음 곡은 'Moai'. 두 번째 싱글의 칭찬글들로 인해 이스터섬에 모아이가 잔뜩 삐져있다는 멘트로 시작한 모아이는 정말 예술 그 자체. 이 곡은 앨범으로 들을 때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곡이었는데 라이브로 듣는 모아이의 감동도 대단했다. 이번 공연을 함께하면서 들게 된 생각은 태지가 지난 싱글과 이번 싱글을 발표하면서 공연의 레퍼토리가 기존에 비해 훨씬 풍부해졌다는(기존에 비해 훨씬)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모아이도 그렇고 그 다음 이어진 '휴먼드림'도 풍부한 레퍼토리 중에 한 곡이었다. '휴먼드림' 역시 라이브로는 처음 만나는 곡이었는데, 아, 그 쫄핑크 댄스를 실제로 보니 더더욱 흥겨웠다. 곡 전체에 안무가 있는 곡이라 잠시나마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향수도 느낄 수 있었고. 신나는 느낌은 여기서 최고조! 노래가 끝나고 들어가는 쫄핑크들의 배와 엉덩이를 툭툭 쳐주는 태지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ㅎ



사진출처 - 서태지 컴퍼니

그 다음 곡은 'T'ik T'ak' 이었는데, 앞 두곡에서 살짝 비축했던 체력을 다시 소비할 수 있었던 곡이었다. 어찌나 리듬에 맞춰서 몸을 흔들었는지 이 때부터 이미 몸이 난지 내가 몸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도달, 공연을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공식적인 마지막 곡 'Coma'는 잘 알려졌다시피 불타버린 숭례문에 관한 메시지가 담긴 곡인데, 개인적으로는 음반으로 처음 들었을 때 이전 싱글들에 비해 약간 심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왠걸. 극적인 요소와 멋진 구성. 라이브로 들으니 더 멋진 곡이었다. 이번 공연은 전체적으로 무대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마치 예전 U2의 무대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넓은 반원형 모양의 대형 구조물을 통해 다양한 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뮤직 비디오 뿐만 아니라 콘서트를 위해 준비된 영상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으며, 후반부에는 화면 분활을 통해 태지와 밴드 멤버들을 각각 비춰주는 구성도 보여주었다. 물론 이런 영상 효과 외에 하늘에서 뿌려진 금빛 꽃가루와 폭죽의 사용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고.

'Coma'가 끝난 뒤 밴드는 무대 뒤로 돌아갔고 팬들은 앵콜을, 태지는 다시 돌아와 앵콜곡을 선사했다. 마지막 곡은 다른 곡도 아니고 무려 '내맘이야'였는데, 아...이 곡을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이야. 본래도 좋아하는 곡이긴 했지만 라이브로 듣는 '내맘이야'의 임팩트가 이리도 클 줄은 몰랐다. 정말 남은(어쩌면 이미 남아있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에너지를 모두 불사르며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들었는데, 아, 이러다가 저 밖에 대기한 엠뷸런스를 내가 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어서 2절 후반부엔 잠깐 따라부르는 것을 중단해야만 했을 정도로, 당췌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다른 곡들도 그렇겠지만 '내맘이야'를 라이브로 들어보지 못하고 이 곡을 들었다고 하는 것은 분명 이 곡에 대한 실례일 정도로, 아...정말 최고의 라이브요, 마무리였다.




그렇게 마지막이 끝나고 태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뒤 풀려버린 다리를 고쳐 세우며 공연장을 천천히 빠져나왔다.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내가 태지팬임을 새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으며, 그간 예전 만큼 관심을 갖지 못한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멋진 공연이기도 했다. 항상 서태지의 음반이나 공연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내게 있어 서태지는 단순히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기 보다는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했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그래서 곡 하나하나에 추억이 담겨있고, 서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관계인 것이다.

고마워요.



1. 서태지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머리스타일과 바뀐 안경에 이미지가 흡사 F4의 김현중 같아 사뭇 놀라기도. F4부럽지 않은 꽃미남인듯!

2. 언제부턴가 공연을 보고 그의 멘트를 듣고 있노라면, 부쩍 외로움을 느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그랬다.

3. 역시 난 태지매니아 ㅠㅠ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3.16 14:40

    오빤 정말 태지매니아!!
    난 맞고 매니아! ㅋ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9.03.16 18:10 신고

      이번 공연을 함께 함으로해서 매니아 소리가 부끄럽지 않게 되었어 ㅠ

  2. Favicon of https://ystazo.tistory.com BlogIcon 만물의영장타조 2009.03.16 16:59 신고

    음냐... 엄청난 공연 후기입니다. ^^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 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인 것 같아요.
    근데, 공연 시작 3시간 전부터 줄을 서 있어야 했나요? 음냐~
    공연 보는 것도 장난 아니네요...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9.03.16 18:11 신고

      인기있는 공연에 경우 기다림은 필수가 되어버렸죠 ^^; 전 참고로 예전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공연 볼 때는 5시간 정도 땡볕에서 기다렸던 것 같아요. 그것도 혼자. 3시간 정도는 즐기면서 기다릴 수도 있어요 ㅎㅎ

  3. Favicon of http://dang2ya.tistory.com BlogIcon 당이 2009.03.16 18:24

    재밌었겠어요~ 부럽다~ㅠ.ㅠ
    작년 ETP 공연때도 '이제는' 불렀었는데, 뭔가 아련한? 눈물 흘릴 것 같더라구요.
    서태지와 아이들 활동 끝나고 나서는 처음 부른다고 그랬었던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9.03.16 23:16 신고

      '이제는'은 사실 당시에는 별로 듣지 않았던 곡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들으니 정말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부러우시라고 글 올렸습니다 ㅎ

  4. TK 2009.03.16 20:55

    전 14일 공연 F2에 있었는데..^^
    15일 공연 후기를 보니 또 다른 느낌이네요.ㅎㅎ(저도 장기하가 보고싶었거든요 ㅠㅠㅋ)
    이런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그분이 정말 고맙게 느껴지는 공연이었다죠 ㅎㅎ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9.03.16 23:16 신고

      장기하와 얼굴들 공연도 정말 멋졌어요!
      고마울따름이죠 ^^

  5. Favicon of http://infobox.tistory.com BlogIcon 리카르도 2009.03.16 22:24

    글 너무 잘봤어요!
    지방이라 못가봐서 아쉽지만..
    이렇게 상세한글을 보니 답답헀던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기분이 드네요 :D

  6. Favicon of http://su.golbin.net BlogIcon 김Su 2009.03.16 23:15

    내..내맘이야라니!!!!!!
    도대체 저노무 센스는 나이를 얼마나 더 먹어야 녹이스는건가요ㅠㅠ

    .....공연실황라이브......앨범으로 나오겠죠?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9.03.16 23:18 신고

      라이브 타이틀은 모르겠고 콘서트 영상을 3D로 볼 수 있도록 촬영한다는거 같았는데, 자세한건 모르겠어요;; 여튼 나중에 뭔가 나올것 같긴 해요 ㅎ

  7. Favicon of http://830324.com BlogIcon 디노 2009.03.18 22:06

    저도 15일날 갔다왔는데.. 트랙백 보냅니다~ㅎㅎ
    제 사이트는 지금 상태가 안좋아서 받을수가 없네요 ㅠㅠ

    서태지야 딱히 언급할 필요는 없을꺼 같고 ㅎ 장기하는 와 정말 멋졌습니다 하하;;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9.03.19 10:00 신고

      장기하와 얼굴들 정말 성공한것 같아요. 서태지 공연에 오프닝으로 서다니!

  8.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03.21 01:26

    생생한 후기 잘 읽었어요. 글 읽으면서 덩달아 공연장의 열기와 흥분이 느껴지는 듯 하네요 ^^

  9. 대장쵝오 2009.03.21 12:37

    남자친구가 웜홈 다녀왔는데..저는 못갔음.ㅠ 가고싶었는데.~~ 그래두 후기보니 공연장갔다온거같은느낌+_+

    가고싶다규~



서태지 - Atomos Part Secret (SINGLE)

01. Bermuda [Triangle]
02. Juliet
03. Coma
04. Bermuda [Triangle][RMX]


짧은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굳이 밝히고 넘어가자면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광신도이자 오랜 팬으로, 서태지의 팬 대부분이 그렇듯이 일반적인 팬 이상으로 추억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존재로서 서태지를 인식하고 있다. 싱글 형식을 취하면서 더더욱 욕을 많이 먹고 있는 듯한 서태지의 새 싱글 'Atomos Part Secret'을 언제나처럼 예약을 통해 손에 쥐게 되었다. 먼저 음반에 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다른 얘기를 좀 늘어놓자면, 발매 당일 아침에 교보문고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팬들,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한 시라도 빨리 들어보기 위해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CDP를 일부러 구매했다는 팬들까지. 이 광경이 나에게는 오버스럽거나 유치해보이지 않았다. 나도 한 때는 서태지 음반이 나온다는 소식을 전국에서 누구보다 먼저 접하고 주변에 알려주었던 사람이었고, 음반 가게에 가서 선불을 내고는 그냥 메모지에 번호와 예매권이라고만 써있는 종이를 받아가며 앨범발매를 손꼽아 기다려 본 적도 있었다. 도대체 어떤 음악일까 궁금해 잠못 이룬적도 있었고, 정말 CD혹은 테입을 사자마자 그 자리에서 몇 번이고 들어본 적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런 열정을 가지고 앨범 발매일 새벽에 문을 열지도 않은 음반샾앞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반을 구매하고는 미처 집까지 가는걸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에서 부랴부랴 음반을 들어보는 광경이 부러운 한편, 아련하게도 느껴졌다.

여튼 개인적인 회상은 뒤로 하고, 항상 논란이 되고야 마는 서태지의 새 싱글이 드디어 발매가 되었다.





이번 싱글을 잘 알다시피 일단 '싱글 앨범'으로서 정규 앨범과는 차이가 있고, 지난 번 'Moai'가 수록되었던 싱글 'Atomos Part Moai' 이후 발매된 두 번째 싱글이다.
(서태지 - Atomos Part Moai 리뷰 보기 : 서태지와 아이들의 향수를 느끼다! http://www.realfolkblues.co.kr/688)

일단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번 싱글과 첫 번째 싱글을 동일선상에서 1:1 비교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을 듯 싶다. 첫 번째 싱글
'Atomos Part Moai'는 추후에 발매된 앨범에 대한 전체적인 컨셉과 분위기를 소개하고 알리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던 싱글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임팩트 면이나 신선도 면에서 두 번째 싱글인 'Atomos Part Secret'보다는 더 유리할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 싱글이란 포맷은 정착되지 못한 탓에 일반 대중들은 '싱글=앨범'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군다나 서태지라면 매 앨범 마다 확확 달라져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추가되어 이번 싱글은 조금 아쉽다는 평을 더 듣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논란이 되고 있는 싱글 음반 가격에 대해 짧게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도 정규앨범과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은 조금은 불만이다. 서태지 본인은 그 정도 값을 하는 음악을 수록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는데, 서태지 본인도 알다시피 국내 음반 시장은 물론 싱글 시장은 아예 개념조차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초월하는 개념을 등장시킨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일본 처럼 싱글 시장이 자리잡은 상황이었다면, 기존 가격과 다른 가격대의 싱글을 내면서 '나는 자신있다'라는 데에 큰 거부감들이 생기지 않았겠지만, 앞선 이유들처럼 이런 상황을 너무 초월한 방법이 아니었나 하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가격이 비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격이 싸더라도 음반을 사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냥 서태지가 싫은 사람은 제외하더라도, 음반 구매해본지는 백만년도 넘은 이들이 음반 가격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그 만큼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소수가 된 현실이 한탄스럽기도 하고.





이번 싱글에는 보다시피 총 4곡이 수록되었는데, 이미 디지털 싱글로 공개되었던 'Bermuda [Triangle]'과 이 곡의 리믹스를 제외하면 신곡은 2곡 뿐이다. 일단 첫 번째 곡 'Bermuda [Triangle]'은 이미 뮤직비디오로도 자주 접해서 인지 매우 익숙함을 넘어서 반가움이 느껴졌다. 예전 곡이 공개된 이후로 몇몇 팬들 사이에서는 'Moai'보다 좋다는 평을 듣기도 했던 곡으로, 전체적으로 네이쳐 파운드 사운드 보다는 'Heffy End'가 수록되었던 7집의 음악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하지만 물론 곡을 뒷받침하고 있는 소스들에서는 네이처 파운드 사운드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피아노 선율과 록 사운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곡으로서 후렴구도 몇 번 듣게 되면 외울 정도로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은 여전하다. 두 번째 곡 'Juliet' 역시 드럼 사운드가 초반 부터 강조된 곡임을 알 수 있다. 초반 인트로가 지나면 연약한 태지의 보이스가 신비한 느낌을 주는데, 이 시퀀스와 록 사운드 부분은 계속 맞물려 진행된다. 전체적으로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곡으로 후반부 역시 너무 고조되지 않고 절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 번째 곡 'Coma'는 서태지 음반에 꼭 한 곡 씩은 들어있는 암울함과 슬픈 감정이 드러나고 있는 곡이다. 서태지의 이런 곡들엔 거의 흡사한 감성과 분위기가 있는데, 이곡 'Coma'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왠지 곡을 듣고 있노라면 대충 어떤 분위기의 뮤직비디오가 그려진달까. 상실과 허무함, 그리고 외로움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에도 피아노 선율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어쿠스틱 배킹이 깔려있어 좀 더 위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극적인 요소도 느낄 수 있지만 '죽음의 늪'이나 '기억나니'등 처럼 이 부분만 강조된 경우는 아니다. 네 번째 트랙은 'Bermuda [Triangle][RMX]'로 'Bermuda [Triangle]'의 리믹스 트랙이다. 일단 일반적인 리믹스 트랙하면 그저 반주 조금 틀려진 같은 곡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팬이 아니더라도 이번 리믹스 트랙의 수준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본래 트랙이 좀 더 록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이번 리믹스 트랙은 좀 더 네이쳐 파운드 사운드의 요소를 적극 가미한 곡으로, 기본적인 리듬 구조자체가 틀리다. 물론 개인적으론 원곡이 좀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공간감이 느껴지는 태지의 보이스를 만나볼 수 있는 리믹스 버전도 스쳐 듯기엔 아쉬운 트랙이다.




서태지의 팬으로서 사실 무조건 구매한 앨범이긴 하지만, 확실히 전작이었던 'Atomos Part Moai'와 비교하자면 임팩트면에서는 조금 심심한 싱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팬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할 수 밖에는 없는 또 하나의 싱글이 되겠지만 말이다.




글 / 아쉬타카 (www.realfolkblues.co.kr)




  1. 글세요 2009.03.12 13:16

    국내에서 싱글의 개념이 잡혀잇지 않다고 하셨는데 그렇지는 않은것같습니다. 2006년말~2007년즘 되면 정규엘범시장은
    거의 붕괴되고 싱글이나 미니 엘범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싱글은 오히려 익숙한 개념이지요.지금 인기있는 그룹인 빅뱅이나,원더걸스,소녀시대로 많이사용한 방법이구요. 따라서 서태지씨의 엘범가격이 높게생각되는건 그가 세로운 개념을 도입해서가아니라 그냥 자신의 음악에자신이 있다고해서 비싸게 팔아먹은 것 뿐이라고 느껴집니다. 또 본문글에서 엘범가격을 논하는 사람들은
    다 엘범을 구입하지 않을 사람으로 몰고가시는데... 글쎄요... 저만 하더라도 어느 특정인의 팬이 아닌지라 음반을 1년에 한번
    살까 말까해서 작년에 구입한 음반이레야 에픽하이 소품집이 전부입니다. 서태지씨의 엘범을 보고있노라면 리믹스를 포함하지
    않는곡은 3곡에 그나마도 이번은 신곡이 2곡 뿐인데 정규엘범값을주고 굳이 구입을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그건
    다른 라이트 팬층도 마찬가지이겠지요.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9.03.12 13:36 신고

      제가 싱글이 새로운 개념이라고 말한 적은 없구요, mp3를 구매하거나 다운받는 것으로 주로 음반을 소비하고마는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라는 것이었고, 서태지가 이를 초월해서 바로 다음 단계로 갔다는 것은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아쉽다고 얘기한건 본문에 다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얘기하는 싱글 개념은 국내에 도입된 화보집으로 치장된 '미니 앨범' 성격의 개념이 아니구요, 미국과 일본에서 예전부터 있었던 싱글 개념을 말씀드리는거라 약간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미니 앨범'과 '싱글'은 탄생배경부터가 너무 틀리거든요.

      그리고 엘범(엘범이 아니라 앨범이겠죠, 다른 부분에서도 맞춤법 부분이 틀린 곳이 많아 누구신지 알것 같은데, 굳이 반대의견이라고 닉네임을 숨기시지 않으셔도 되었을텐데 아쉽네요. 제 글은 말 그대로 제 의견일 뿐이니 다른 의견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고 어느 쪽만 반드시 맞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가격을 논하는 문제를 구입하지 않는 사람으로 몰아간다고 하신 말씀과 결론이 맞지가 않네요;;

      그냥 노래가 안좋아서, 내 취향이 아니라서 안산다고 해도 될걸, 신곡 2곡 뿐인데 정규앨범 가격으로 살 가치를 못느끼겠다고 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만약 서태지가 7~8천원으로 싱글을 발매했다고해서 이런 분들이 사시지는 않을 거거든요. 음악이 마음에 안드는데 싸다고 사는 세상은 아니잖아요. 싸도 안사는 세상이죠.

      그리고 잘 읽어보시면 저도 가격은 불만이라고 분명히 적혀있어요 ^^;
      추가로 의견주실 것 있으면 블로그 주소를 남겨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 뭐 의견 교환일 뿐인데 굳이 이러실 필요는 없는데 말이죠 ^^;

  2. Favicon of http://dang2ya.tistory.com BlogIcon 당이 2009.03.12 15:42

    받으셨군요~
    노래는 들어봤는데 CD 케이스 실물로 좀 보고 싶어요! ㅋㅋ

  3. Favicon of http://blog.naver.com/chaosist99 BlogIcon ...... 2009.03.13 00:36

    ..........................................으음....................................................휴우.............................................쩝;;

  4. Favicon of https://ystazo.tistory.com BlogIcon 만물의영장타조 2009.03.13 16:10 신고

    ㅋㅋ 리뷰 재미있게 읽어보았습니다.
    싱글 가격에 대한 글도 재미있게 봤구요.
    전 음반을 사는 입장에서, 가격이 나름대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ㅎㅎ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이라면 가격 구애받지 않고 구입을 하지만,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답니다.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는 경우요...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으나, 한두곡은 괜찮다~ 뭐 이럴 경우에두요.
    가격이 좀 저렴하면, 에이~ 얼마 안하는데 하나 사자!! 이러기도 하구요
    특히, 중고 음반 고를땐 이런 게 많이 작용합니다.
    가격이 좀 저렴한 편이라, 새것으로는 절대 사지 않을 음반도,
    중고 음반으로 풀리면 별의 별걸 다 사기도 하거든요. ㅎㅎ
    그런 면에서는 싱글 가격도 나름 중요는 하답니다. ^^;
    하기야, 근데 예전에도 앨범에 수록곡 많다고, 수록 시간이 꽉 차 있다고 또 다 듣는 건 아니죠. ㅋ
    정말 남다른 앨범이야, 앨범을 통째로 듣지만, 한두곡 좋아서 앨범 산 경우는 사실,
    다른 8곡 정도는 몇년에 한번씩도 채 듣지를 않는데 말이죠.
    그런 걸 보면, 앨범이 10곡 들었다고 비싸고, 싱글이 2-3곡 들었다고 싸야 하는 건 아닌데요.
    그냥 괜한 사람 욕심인 거 같아요. 그래도 그 정도 가격이면 내가 듣지 않을지라도 몇곡 더 넣어줘야지!! 라는..
    쓰다보니, 말이 꼬인 느낌이네요. ㅎㅎ

    전 '버뮤다'가 '모아이' 보다 더 맘에 들어요! ^^

    •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9.03.15 23:57 신고

      제가 말씀드리려던건 가격이 중요하지 않다는것이 아니라, 비싸다고 인터넷상에서 말을 많이 하시는 분들에 대부분이 다운족이라는 식의 이야기였어요 ^^; 물론 저도 음반을 살때 가격이 매우 중요한 요소죠; 가격이 비싸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는 음반들도 있었구요.

      저도 'Moai'가 더 좋아요 ~

  5. Favicon of http://imac.codex.kr/blog BlogIcon 뱅식이 2009.07.03 06:27

    전 서태지 2집 이후로 그 어떤 앨범도 구매 하지 않았다는... (다운족이죠) 이 글을 보게되니 다시금 서태지 앨범을 사고 싶은 생각이 마구 솟네요 ^^ 2곡 신곡에 정규 앨범 가격이라 ... 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우리나라 환경을 바꾸고 싶었던건 아니었을까요? 2곡이면 저렴해야된다는게 고정관념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가수들을 대신해서 자신이 욕을 다 먹고있는, 총대를 맨 격 아닐까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조사는 못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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